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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시나물효원 Nov 12. 2024

미용실에서 만난 그녀

때론 말보다 시선이 더 중요하다.

나는 수년째 같은 헤어샵을 이용한다.

내가 다니는 헤어샵의 디자이너는 남자이다.

다른 사람들은 남자가 불편해서 오히려 여자 헤어디자이너를 찾는데 나 같은 경우에는 여자들의 배려가 너무 지나쳐서

그게 불편함으로 다가와서  오히려 여자보다는 남자 헤어디자이너에게 찾아간다.


며칠 전부터 내 헤어스타일을 보니 파마한 지도 좀 됐고 머리도 부시시하고 오늘은 기분 전환도 할 겸 내가 다니는 헤어샵에 찾아갔다.

이상하게 이 집은 장사가 원래도 잘되는 집이지만 내가 가면 항상 웨이팅이 걸린다.

(아마도 내가 사람을 끌어 다닌다는 작은 나의 PR이랄까?? 제발 그렇게 생각해줘요오옹)

그래서 내 나름의 노하우로 나는 미리 가기 전에 헤어디자이너에게 문자나 전화를 통해 예약을 하고 간다.


그날도 평소와 마찬가지로 헤어디자이너 오빠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시간 맞춰 미용실에 도착했고 나는 가운을 입고 앉았다.

흔히 헤어디자이너와 어떤 스타일링을 할 건지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눈이 너무 예쁜 남자와 그를 따라온 한 중년 여성


중년 여성은 그 남자에게 나지막한 목소리로 “ 조금 있다가 올게요”라고 하고 나가는 걸 보니 활동보조인 같아 보였다.


그 남자는 갑자기 헤어샵에 있는 영양제들을 각 잡기 시작했다. 그리고 책, 공기청정기 등 모든 반듯하게 정리를 시작했다..


헤어디자이너는 그 남자에게 “아, 내가 할게… 안 해도 괜찮아… 하지 마”라고 말을 했다.

하지만 자폐의 특성상 정리정돈을 잘하는 아이는 자기 물건처럼 원위치를 고집한다.

그렇게 한참 헤어샵의 집기들을 정리하고 난 후 그 남자는 자리에 앉았다.


나는 거울 속에 비친 모습으로 그를 바라봤다. 눈이 너무 예뻤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정말 저 외모가 너무 아깝다… 자폐아가 아니라면 정말 연예인을 해도 될 정도의 외모인데… 우와 너무 이쁘다.. 정상인이었음  인기 많았을 텐데…. 아이고…..’


나는 조용히 헤어디자이너에게 “저 사람 자폐야?”라고 물었다.

헤어디자이너는 내게 “응, 수년째 다니는 단골이야”라고 말을 했다.


머리를 다듬는데 뒤에서 누군가의 시선이 자꾸 느껴졌다.

거울을 쳐다보니 그 남자가 나를 힐끔힐끔 쳐다보고 내가 쳐다보면 눈을 피하는…


전형적인 자폐의 특징 중 하나는 사람과의 시선을 마주치지 못하는 거다.

나는 그런 그의 시선이 낯설지만 그래도 나쁘지는 않았다.

(‘자식, 너 눈에도 내가 이뻐 보이는구나…’라는 착각과 함께…..)


그렇게 머리 손질을 하다가 그 남자가 내 옆자리에 앉았다.

나는 옆을 쳐다보니…어머 남자가 아닌 여자였다.


가슴도 봉긋하고 피부도 맑고.. 눈은 너무 예쁜 버섯머리 모양의 쇼트커트를 한 여자


남자라고 생각하고 바라본 시각에서의 그의 모습과 여자라고 생각하고 바라본 시각에서 바라본 그녀의 모습은 정말 너무 확연히 달랐다.

너무 예뻤다.


그녀는 나를 힐끔힐끔 쳐다봤다.

나는 애써 그녀의 시선을 모른 척했다. 내가 시선을 모른 척 한 이유는 그녀가 내가 바라보면 불편함을 느낄 수 있음에…


그녀는 “아”, “아….”,“아아아아아” 소리를 질렀다.


헤어디자이너 오빠는 수년째 봤지만 저렇게 기분 좋아서 소리 낸 적 처음 들어본다고 했다.

나는 그녀가 어느 정도 마음을 열었기에 본인이 표현할 수 있는 최고의 찬사를 내보였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나는 미용실에서의 내 볼 일은 다 마쳤다.

그리고 그녀에게 조용히 손을 흔들며 인사를 했다.. 어머.. 눈의 시선을 피하던 그녀가 나를 바라보고 손을 흔들어 주는 게 아닌가…


그래도 다행이다 싶었다.

지금껏 내가 후원하고 도와줬던 자폐아 같은 경우에는 저런 조금의 사회생활 활동도  제대로 해내지 못했고,

우체국에서 만났던 자폐를 가진 여성의 경우는 폭력성이 심해서 항상 피해 다니기 바빴는데…….


비 장애인이 장애인에게 주는 가장 불편한 큰 편견의 1순위는  바로 시선이다.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에 장애인이면 어쩌고 비 장애인이면 어쩌랴…

신체는 비 장애인이라  티는 안 나지만 사회생활하다 보면 정말 정신적으로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다는 걸 느끼는 하루하루이다.


장애라는 걸 비하할 목적은 없습니다.

다만 사회생활 하다 보면 정말 이해하지 못할 상식을 가진 사람들을 속어로 저 사람 경지(경계성 지능) 또는 장애자 라고 하는 경우가 있어서

그걸 표현한 겁니다. 우리 브런치 작가님들과 구독자님들 오해 없길 바랍니다.

갑자기 시선 이야기를 하다 보니 내가 좋아하는 최진석 교수의 책이 불현듯 생각났다.

최진석 교수가 말하는 시선과 내가 말하는 시선은 좀 다른 시선이긴 하지만, 그 책을 이용해서 내 시선을 바라본다면


“처음에 그를 바라봤던 시선과 끝에서 그녀를 바라봤던 시선에는 궁극적으로 내가 있다”


이미 있는 것을 따라 하거나 재생하는 일은 탁월한 활동일 수 없다.
문명의 지표가 될 수 없다. 선도력을 가질 수 없다.
탁월함의 표현인 예술은 아직 오지 않은 빛을 먼저 끌어당기는 일일 수밖에 없다.
예술이란 이미 있는 길을 익숙하게 걷는 현재의 장소에서 없는 길을 새로 열면서 가는 단계다.
없는 길을 여는 단계와 이미 있는 길을 가는 단계는 차원이 다르다.
그런데 인간에게는 이 어려운 일을 할 수 있도록 준비된 능력이 있다.
바로 상상력과 창의력이다.
2강_선도/ 02.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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