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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름 괜찮은 하루 Jan 12. 2022

하나를 알면 열을 아는 체한다.

무식한 놈이 신념을 가지면 무서워진다고

 가장 열렬히 탐구했던 대상은 바로 '나 자신'이다. 오랜 시간 동안 나를 연구해온 결과의 그 끝은 '기획'이란 단어에 꽂히게 되었다. 하나의 사물 혹은 원리를 끝까지 파고들며 알아내야 갈증이 해소되는 사람이 있듯이 나는 여러 분야에 관심 있고 그것들을 어떻게 이어 보면 좋을지를 주로 고민하는 사람이다. 그런 의미에서 연구실의 생활은 나와 맞지 않다 느꼈고 생각을 자유롭게 펼쳐볼 수 있는 직무를 찾고자 했다.  


 어느 날 교수님께서 날 부르시곤,

"뭘 하고 싶니? 연구는 더 이상 하고 싶지 않다고 하니 뭘 하고 싶은지가 궁금하다."


"교수님 전 기획하고 싶어요."


"너 기획이란 게 뭔지 알고 말하는 거니? 정확히 네가 원하는 기획은 뭐니? 기획은 모든 분야에 필요한 거야."


 그냥 무시하는 투로 들려서 기분이 상했을까, 교수님은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걸까 그 순간은 내가 옳다고만 생각했다. 나는 내가 아는 기획의 한 장면을 보고 온갖 근거를 대며 나에게 잘 어울리는 이유를 찾아보였다. 그러곤 교수님 앞에서 내가 하고픈 기획이 뭔지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지만 오히려 기죽지 않고 당당했다. 


 하지만 그 이후 과연 내가 보는 기획은 정말 무엇이며 기획의 퍼즐 한 조각만 본 건 아닌가 하는 의심에 사로잡혔다. 이경규가 방송에서 꾸준히 했던 말이 있다. "무식한 놈이 신념을 가지면 무섭다". 어쩌면 나는 그 무지에서 오는 근거 없는 고집이 생겨버린 건 아닌가.



 이상한 신념이 생기기 전에 더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길을 잘 가고 있는지 스스로 끊임없이 의심하고 정확히 알아야 한다. 나는 허상이 아닌 현실에서 그림을 그리는 중이다. 아무것도 몰라 생기는 오류를 범하진 말아야 하니깐.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기획'이 무엇인지, 기획 중에서도 어떤 기획을 담당하고 싶은 지에 대해 세우는 과정을 하고 있다. 지금 나는 하나를 알면 열을 알기 위한 배움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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