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알고싶은 언어 카탈루냐어

다같이 알면 더 좋고

by 쁘죠


가우디의 역작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


첫 번째 포스팅과는 다르게 뜬금없이 카탈루냐어라니? 카탈루냐어는 또 뭐지? 싶을 수도 있다. 무리도 아니다. 나 역시 스페인으로 교환학생을 가기 전까지는 그 존재조차 몰랐으니까.


스페인 교환학생 첫 수업 시간. 강의실 두 번째 줄에 앉은 나를 보며 교수님은 이렇게 물으셨다. "¿Hablas castellano? ¿o catalán?" (카스테야노 할 줄 아니? 아니면 카탈란?) 나는 당당하게 대답했다. "No, yo hablo español." (아니요, 저는 에스파뇰을 합니다.)


스페인어가 스페인어로 '에스파뇰(español)'이라는 것만 알았지, 카스테야노와 카탈란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전혀 몰랐기 때문에 벌어진 참사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황당하고, 내가 얼마나 스페인에 대해 무지했는지 보여주는 부끄러운 일화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카스테야노(Castellano)는 수도인 마드리드를 비롯해 스페인 전역에서 사용되는 공통어로, 우리가 흔히 아는 '스페인어'를 뜻한다. 반면 카탈란(Catalán)은 바르셀로나가 주도로 있는 카탈루냐 지방에서 쓰이는 언어다. 어순은 같지만 단어가 달라서, 한국어로는 '카탈루냐어'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나는 왜, 한국에 돌아와서 굳이 이 낯선 카탈루냐어를 배우고 싶어졌을까? 역설적이게도 스페인을 떠나고 나서야 스페인에 대해 더 깊이 알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직접 부딪혀보니 내가 몰랐던 역사적 사실들,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많은 예술가들과 좋은 작품들이 너무나 많았다. 스페인이라는 세계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거대했고, 나는 그 세계를 더 깊게 이해하고 싶었다.


그래서 작년 8월, 야심 차게 카탈루냐어 공부를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은... 쉬고 있다.

아는 척은 다 해놓고 왜 쉬고 있냐고 묻는다면 변명할 거리가 많다. 졸업 학기를 버텨내고, 취업 준비를 하고, 빡빡한 GMP 교육까지 병행하기엔 현실적인 어려움이 컸다. 스페인어와 영어는 시중에 자료도 넘쳐나고 취업이라는 현실과 조금 더 맞닿아 있는 언어지만, 카탈루냐어는 그렇지 않다 보니 자연스럽게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고 말았다.


하지만 GMP 교육이 끝난 지금, 강의실에서 벗어나 하루에 쉴 틈이 조금 더 생겼다. 쫓기듯 하는 공부가 아니라 내가 진짜 탐구하고 싶은 주제를 파고들고 나만의 자료를 만들 시간이 온 것이다. 그 귀한 시간 동안 카탈루냐어를 다시 공부하며, 나만의 시스템으로 정리하고 아카이빙 해보려 한다. 그리고 혼자만의 기록에 그치지 않고, 브런치를 통해 이 매력적인 언어를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졌다.


시중에 교재도, 인강도 턱없이 부족한 마이너한 언어. 그래서 오히려 더 설렌다. 누군가 만들어 놓은 길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내가 직접 부딪히며 나만의 카탈루냐어 매뉴얼을 만들어갈 수 있으니까. 맨땅에 헤딩하듯 시작하는 나의 첫 번째 카탈루냐어 기록을 곧 이곳에 펼쳐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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