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고, 늘 입던 옷을 입고, 비슷한 표정으로 집을 나선다. 지하철역까지 걷는 길도, 회사 건물 앞 신호등도 매일 같다. 이렇게 반복되는 하루 속에서 변하지 않는 건 출근 시간뿐이다. 나는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데 말이다.
입사 초반의 나는 회사라는 공간을 꽤 진지하게 바라봤다. 잘해야겠다는 마음이 앞섰고, 실수 하나에도 오래 마음을 쓰던 사람이었다. 무언가 잘못되면 밤에 다시 생각해보고, 다음 날은 더 잘하려 애썼다. 그땐 그게 성장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성장과 무뎌짐의 경계는 점점 흐려졌다. 예전 같았으면 마음에 걸렸을 말 한마디, 이해되지 않던 결정 하나도 이제는 그냥 넘긴다. 화가 안 난다기보다는, 화를 낼 이유를 굳이 찾지 않게 됐다. 설명하는 일도, 설득하는 일도 에너지가 든다는 걸 알게 됐기 때문이다.
회사에서의 나는 점점 ‘편한 사람’이 되어간다. 많이 묻지 않고, 적당히 맞추고, 큰 의견 없이 흘러간다. 누군가는 그게 사회생활을 잘하는 거라고 말한다. 실제로 그런 평가를 받기도 한다. 문제를 만들지 않으니까. 대신 그 과정에서 사라지는 것도 있다. 단정하던 기준, 분명했던 취향, 확실했던 말투 같은 것들이다.
가끔은 예전의 나를 떠올린다. 괜히 단호했고, 꼭 말해야 할 건 말하던 사람. 그 사람은 어디로 갔을까. 회사라는 이름의 공간에서 적응하는 동안, 나는 조금씩 다른 사람으로 바뀌어왔다. 더 어른이 된 걸까, 아니면 그냥 익숙해진 걸까.
퇴근 후 집에 돌아와 가방을 내려놓으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오늘 하루 동안 나는 몇 번이나 나답게 행동했을까. 회의실에서의 침묵, 무난한 대답, 적당한 미소 사이에서 진짜 나는 몇 분이나 존재했을까. 대답은 늘 비슷하다. 셀 만큼 많지는 않다.
그래도 다시 출근한다. 내일도 모레도 같은 시간에 집을 나선다. 이유는 단순하다. 생활이 있고, 책임이 있고, 멈출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다만 예전과 조금 달라진 건, 무작정 나를 바꾸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회사에 다니며 변한 나를 부정하지 않으려 한다. 그 변화 속에는 버텨온 시간도, 감당해낸 하루도 함께 있으니까. 다만 가끔은 멈춰서서 확인해보려 한다. 내가 너무 멀리 와버린 건 아닌지, 원래의 나를 완전히 잊어버리지는 않았는지.
출근은 매일 하지만, 나는 분명 어제와는 다른 사람이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알아차리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아직 완전히 달라지지는 않았다고 믿어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