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다니면서 배운 것, 회사에선 아무도 안가르쳐준다

by 숫자의언어

학교에서는 정답을 찾는 법을 배웠다. 문제를 읽고, 공식을 떠올리고, 답안지에 맞는 숫자나 문장을 고르면 됐다. 정답은 늘 존재했고, 그것을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찾느냐가 중요했다. 그래서 나는 사회에 나가도 비슷할 거라 생각했다. 열심히 하면 인정받고, 잘하면 결과로 증명될 거라고.


회사에 다니며 가장 먼저 배운 건 정답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같은 상황을 놓고도 사람마다 생각이 달랐고, 어제 맞던 말이 오늘은 틀리기도 했다. 논리보다 분위기가 중요할 때가 있었고, 사실보다 말하는 순서가 중요한 순간도 있었다. 학교에서는 이런 문제를 한 번도 다루지 않았다.


두 번째로 배운 건 ‘능력’의 정의였다. 회사에서의 능력은 혼자 잘하는 힘이 아니었다. 같이 일할 수 있는 힘, 상대방을 불편하지 않게 만드는 기술, 갈등을 최소한으로 넘기는 태도가 포함돼 있었다. 내 실력이 아무리 좋아도, 옆 사람을 힘들게 하면 그건 능력이 되지 못했다. 교과서 어디에도 없던 평가 기준이다.


또 하나는 말의 무게였다. 학교에서는 많이 말하는 사람이 적극적인 학생이었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말 한마디가 기록이 되고, 책임이 된다. 그래서 말을 고르게 된다. 생각을 다 정리하지 못했을 때는 침묵하는 법을 배웠고, 하고 싶은 말보다 해도 되는 말을 구분하게 됐다. 솔직함보다 안전함을 먼저 계산하게 된 것도 학교에서는 배우지 못한 감각이다.


회사에 다니면서 가장 어렵게 배운 건 감정 관리였다. 마음에 들지 않는 상황에서도 표정을 조절해야 했고, 억울함이 생겨도 바로 표현할 수 없었다. 감정은 최대한 조용히 처리해야 하는 일이었다. 누군가는 그걸 어른이 되는 과정이라 말하지만, 그 과정이 늘 성숙해지는 것만은 아니었다.


시간이 지나며 알게 됐다. 회사는 사람을 성장시키기도 하지만, 동시에 타협하게 만든다는 걸. 예전에는 틀리다고 생각했던 일에도 “그럴 수도 있지”라는 말을 먼저 하게 됐다. 그게 현명함인지, 익숙해짐인지 아직도 헷갈린다.


그래도 회사에 다니며 배운 것들이 전부 나쁜 것만은 아니다. 쉽게 판단하지 않는 법, 말하지 않아도 이해하려는 태도, 혼자 버티지 않는 방법도 함께 배웠다. 학교에서는 성적표로만 평가받았지만, 회사에서는 사람으로 평가받는다는 걸 깨달은 것도 큰 변화였다.


학교는 나에게 문제 푸는 법을 가르쳐줬지만, 회사는 살아남는 법을 알려줬다. 둘 다 필요했지만, 후자는 스스로 부딪치며 배워야 했다. 아마 그래서 직장생활이 더 길고, 더 복잡하고, 더 오래 마음에 남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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