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동,딸의 사회성

브런치 연재 에세이 <딸의 엄마로 살아가는 일> 제7화.

by eunjoo


오후 3시 40분. 아이들이 모두 집으로 돌아가고 학교가 조용해지는 시간이다. 이른 아침부터 왁자지껄했던 도서관은 포트에서 물 끓는 소리, 핸드폰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만 감돈다. 분주한 하루를 마치고 잠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가져볼 수 있는 이때가 참 좋다. 짧은 휴식이지만, 이 맛에 직장 생활한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내겐 소중하다. 딸이 중학생이 되고 내 손길이 그다지 필요하지 않게 되었을 때 느꼈던 자유다.


딸은 어려서부터 자신의 일을 똑 소리 나게 했기에 믿었지만, 일거수일투족을 다 알아야 안심할 수 있었다. 물건을 잃어버리고 실수를 연발하는 건 오히려 엄마인 나였는데도 말이다. 돌이켜보면, 아이를 믿지 못해서가 아니라 세상을 못 믿은 것 같다. 외동인 딸아이가 집 밖에서 혹여 나쁜 일이라도 겪으면 어쩌나 항상 노심초사했다. 지금도 별반 다르지는 않지만, 그때와 다른 점은 사회성에 관해서는 걱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학 새내기가 된 딸은 아르바이트를 해보고 싶었다며 동네 근처에 있는 빵집, 호프집, 화장품 가게 등 다양한 곳에서 일했다. 내키지는 않았지만, 외동인 딸아이가 사회를 알아갈 수 있는 기회라고 여겨 말리지는 않았다. 아르바이트는 내향성이 짙은 딸아이의 사회성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었다. 딸은 아르바이트하는 곳마다 동료들과 허물없이 지냈고 딸을 좋게 본 단골 가게 사장님에 의해 초대받은 모임에서 만난 사람들과 귀한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외동이라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할까 외톨이가 될까 하는 딸에 대한 내 염려는 기우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다고 했을 때, 반대했다면 어땠을지 상상만으로도 아찔하다. 특히, 호프집 아르바이트는 더 더욱 그렇다. 지금 딸이 좋은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얻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다른 사람들을 한 곳에서 만나 호형호제하며 지낼 수 있는 확률이 얼마나 될까.


딸에게는 살가운 언니와 오빠가, 누나라고 부르는 남동생이 생겼고 격려를 아끼지 않는 든든한 삼촌이 한 명 더 생겼다. 외동인 딸을 가진 엄마 입장에서는 너무도 감사한 일이다. 딸이 외동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사람들은 여지없이 말한다. “외동이라 외롭겠네, 한 명 더 낳지 그랬어요. 사회성도 기르고 좋을 텐데.” 웃긴 건 딸이 스무 살이 넘은 지금도 그런 소리를 하는 사람이 있다는 거다. 그러면 나는 “제가 그렇게 영(young)해 보이나 봐요. 고맙습니다.”라고 응수하지만, 마음은 씁쓸하다.


우리 엄마 신 여사와 나는 많은 이야기를 나눈 다정한 모녀였다. 그 가운데, 인간관계에서 게을러지거나 꾀가 날 때마다 나를 일깨워주는 신 여사의 말이 있다. 요즘 딸의 모습을 보면, 인생 명언이 아닐까 싶다. “가장 힘든 건 마음으로 하는 거고, 가장 쉬운 건 돈으로 하는 거야. 마음이야말로 가장 소중한 거거든.”



by eunjoo [브런치 에세이 <딸의 엄마로 살아가는 일> 제7화.]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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