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형의 ≪플라톤의 인생 수업≫을 읽고, 책 서평
우리네 인생도 사지선다형 시험문제처럼 정답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정답이 없는 인생이고 보니,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삶인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할 때가 있을 것입니다.
게다가 욜로, 휘게, 라곰, 워라밸, 행복을 뜻하는 수많은 유행어가 대변하듯 행복이 삶의 목표가 되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이 일상이 되어버린 지금, 그 막막함은 더 할 수밖에 없을 텐데요.
철학자들의 철학자라 불리는 플라톤이 전하는 한 번 사는 인생을 제대로 살기 위한 지혜와 보편적 가치가 담긴 장재형이 펴낸 다산초당의 신간이라면, 답답한 마음이 풀릴 것 같습니다.
저자 장재형은 전작 ≪마흔에 읽는 니체≫를 통해, 10만 독자에게 니체 철학의 진수를 전하며 인문학 멘토로 부상했는데요. 30여 년간 동서양 철학과 고전 문학, 역사와 서양 미술을 아우르며 1만 권이 넘는 책을 섭렵한 노력의 결과가 아닐까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저자는 아리스토텔레스와 니체, 쇼펜하우어를 비롯한 철학자들의 공통점을 발견하게 되는데요. 이들은 모두 플라톤의 철학에서 출발했다는 사실입니다. 2000년이 넘는 세월 인류에게 삶의 지혜를 안겨 준 '서양 철학의 정수' 플라톤의 전집 30권을 독파하고 장재형이 펴낸,
≪플라톤 인생 수업≫. 이 책은 "질문하지 않는 삶은 무의미하다"를 비롯한 24개의 아포리즘을 통해 플라톤이 전하는 행복과 지식, 미덕 등 변하지 않는 삶의 지혜를 만날 수 있는 철학서이자. "삶이 괴로울 때 가장 깊은 곳으로 내려가라!"라는 명제를 통해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가는 지혜는 결국 자신의 내면에 있음을 깨닫게 하는 인문학서입니다.
가치관의 혼재와 보이기 위한 삶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삶의 본질과 행복한 삶에 대한 깊은 고민과 통찰의 시간을 선사하는 이 책은, 독자들에게 자신이 처한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길을 잃지 않고 제대로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나침반이 될 것입니다.
"캐묻지 않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 동굴에 갇혀 불빛에 비친 그림자를 현실로 믿고 평생을 살아간다는 유명한 '동굴의 비유'를 들어, 질문하지 않는 삶의 무의함을 강조하는데요. 끊임없이 관찰하고 질문하는 것이야말로 삶의 변화를 이끄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자 지혜를 얻는 태도라는 가르침을 전합니다.
"누구도 대신 답할 수 없는 질문에 질문을 던지고 자기만의 답을 찾아가는 것이야말로 세상에 대한 경이로움을 회복하는 방법이자 지혜를 얻는 태도다."(p.27)
도덕적, 윤리적 영역이 지닌 보편성은 시대를 불문하고 절대적이어야 함을 강조하는 플라톤의 가르침에서 우리 사회에 혼재되어 있는 가치관을 돌아보게 되는데요. 자기합리화의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는 가치 상대주의와 보편적 윤리에 대한 잘못된 인식 만연한 우리 사회에 던지는 일침이 아닐까 합니다.
더 이상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내로남불”의 이중 잣대로, 도덕적 영역에서 상대주의를 휘두르는 상대주의의 함정에 빠져서는 안 될 것입니다.
“가치 상대주의를 따르면 옳고 그름에 대한 가치 판단마저도 개개인에 따라 달라진다. 결국 도덕적 영역에서도 보편적 윤리가 사라지는 것이다.
어떤 가치 체계가 도덕적 측면에서 참된 것인지 거짓된 것인지 구별할 객관적 판단 기준이 없어진다. ……
보편적 윤리에 상대주의는 없다. 자신과 타인의 차이를 인정하되 옳고 그름에 대한 도덕적 기준은 절대적으로 지켜야 할 것이다.”(pp.49~50)
플라톤에게 참된 삶은 탁월한 삶을 의미합니다. 그는 건강, 돈, 사랑, 지혜, 지식 등은 모두 탁월한 삶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봤습니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이 제시한 궁극적 인간의 행복한 삶(에우다이모니아(eudaemonia)적 삶)은 자신이 말하는 탁월한 삶과 연결되는 것으로, 미덕과 지식을 통한 지속적인 노력이 탁월한 삶으로 이끈다고 주장합니다.
플라톤은 이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세계를 볼 수 있는 지성이 생긴다고 봤는데요. 지성은 가장 높은 곳에 존재하는 이데아의 세계를 인식할 수 있는 힘으로, 내면에 집중함으로써 자신을 돌보고 건강한 존재로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지성과 더불어 죽음과 위기에 대한 인식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환을 통해, 자신을 돌봄으로써 시시각각 변화하는 세상에 휘둘리지 않고 더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다고 플라톤은 주장합니다.
“변화는 안정감보다 불안감을 선사한다. 만약 기존의 낡은 생각과 방식을 버리지 못하고 옛 방식 그대로 행동한다면, 그 결과는 삶이 주는 고통뿐이다.
삶이 주는 문제들이 주는 고통을 직시하는 사람은 상승하는 삶이 주는 기쁨과 만족감을 느낄 것이다.”(p.115)
"인간에게 자신의 혼보다 더 조용하고 한적한 은신처는 없다."(p.39) 철학자 아우렐리우스는 삶이 흔들릴 때 가장 좋은 치료 방법은 내면에 있음을 강조합니다. 또한 쇼펜하우어는 이렇게 주장합니다. "인간의 행복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소는 인격이며, 그 사람의 명랑한 마음이 행복과 직결되는 가장 중요한 자산이다."(p.213)
결국 이데아는 내 안에 있기 때문에, 흔들리고 굴곡 있는 인생을 잘 살아내기 위해서는 자신의 내면에 집중해야 한다는 플라톤의 철학을 만나게 되는데요. 각종 매체를 통해서 보이는 타인의 행복과 유혹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희망찬 내일을 만들기 위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철학이 아닐까요?
≪플라톤의 인생 수업≫은 물질적 풍요와 정신적 결핍의 시대를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더 행복한 삶, 더 자신다운 삶을 살아가기 위한 끊임없는 질문과 자기 돌봄을 통해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가는 지혜를 선사하는 인생철학서가 될 것입니다.
“플라톤은 절제 있는 삶이 방종한 삶보다 더 즐거운 것이라고 말한다. 절제는 우리가 최대한 행복한 삶을 선택하도록 만드는 수단이며 자신을 욕망의 구렁텅이에서 구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과잉과 결핍 사이에서 매 순간 흔들릴 때 가장 필요한 삶의 원칙은 절제다.”[p.272, 플라톤의 인생 수업, 다산초당,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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