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옥의 ≪감으로 읽고 각으로 쓴다≫를 읽고, 책 서평
매일 책을 읽는 것, 매일 글을 쓰는 것. 생각만으로도 벅찬 일인데요. 이 두 가지를 꾸준히 실천하고 이를 통해 자신의 삶을 일으키고 세상에 나온 사람이 있습니다.
≪감으로 읽고 각으로 쓴다≫의 저자 김미옥입니다.
이 책은 활자 중독자 김미옥의 첫 번째 단독 저서로, 자신이 읽은 책과 독자들에게 글쓰기란 어떻게 하는 것인지를 알려주는 글쓰기 안내서이자 서평집입니다. 서평과 함께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 책은 에세이로 분류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책은 고단했던 젊은 날의 비상구". SNS에서 팬덤을 이끄는 북인플루언서이자 스타강사로 거듭나기까지, 매일매일 책 읽기로 일 년에 800권이 넘는 책을 읽고 글로 쓴 김미옥은 책을 이렇게 말합니다. 이 책에 수록된 저자의 서평을 읽다 보면, 그녀의 풍부한 배경지식에 놀라고, 미처 몰랐던 책에 관한 에피소드와 진솔하게 풀어 낸 저자의 이야기에 빠져듭니다.
뻔뻔하지 않고 잘난 맛에 쓰는 글이 아닌, 자신을 진솔하게 담아내야 글 다운 글이 된다는 저자의 주장에 설득당하고 저자가 말에 공감하게 됩니다. 독자들은 "위태로운 청춘을 무사히 건너게 해준 것이 독서였다면 나를 일으켜 세운 것은 글쓰기였다."(p.4)라는 저자가 전하는 독서와 글쓰기를 통한 삶의 의미와 구원에 대한 간결하면서도 임팩트 있는 메시지를 만나게 될 텐데요.
지금까지 독서를 하면서 ≪감으로 읽고 각으로 쓴다≫만큼 독서 기록장을 첫 문장으로 빼곡하게 채운 작품은 없었던 듯합니다. "읽었다면 한 줄이라도 써라. 모든 글쓰기는 그렇게 시작된다."라는 저자의 조언이 담긴 이 작품에는 따라 쓰고 싶은 첫 문장 한 줄이 많은데요. 글을 쓸 때 가장 어려운 첫 문장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난감한 독자들에게 더없이 훌륭한 교과서가 될 것입니다.
1부. 그대가 읽지 않으면 내가 읽는다, 2부. 시대의 경계를 읽다, 3부. 그럼에도 삶은 계속된다, 4부. 우리는 아름다울 수 있을까. 모두 4부로 구성된 이 책에 들어있는 김미옥의 주옥같은 문장들을 만나보겠습니다.
1부. 그대가 일지 않으면 내가 읽는다.
소설가 이제하의 단편집 ≪기차, 기선, 바다, 하늘≫을 소개하는 <책의 운명> 편에서, 활자 중독자로서 저자의 면모를 엿볼 수 있는 위트 있는 문장을 만나게 됩니다.
“서재의 책이 서고 눕더니 이제 걸어서 거실까지 나가버렸다. 읽는 속도보다 더 빨리 책이 온다. 이사를 할 때면 책 때문에 매번 수고비를 얹어야 했다.”(p.21)
2부. 시대의 경계를 읽다.
한 권의 책을 도서관에 들이는 수서는 도서관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일이니만큼, 출판사의 카다로그와 인터넷 서점의 책 소개를 통해 목록을 작성하고, 대형 서점으로 나가서 실물과 대조 후에 최종 선택을 하게 되는데요. 시간뿐만 아니라 열정이 필요한 일입니다.
뜬금없이 수서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2부에서 만난 반가운 책 아트 슈피겔만(Art Spiegelman)의 그래픽 노블 ≪쥐(Maus)≫때문입니다. <우리는 쥐가 아니다> 편에서 ≪쥐≫를 소개하는 간결한 첫 문장은 독자들의 흥미를 유발하는 문장은 어떠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데요.
“『쥐(Maus)』는 플리처상을 받은 유일한 만화책이다. 이 만화는 작가 아트 슈피겔만(Art Spiegelman)이 아버지와 나눈 대화를 14년간 그린 것이다. 만화라기보다 장편 소설에 가깝다.”(p.89)
3부. 그럼에도 삶은 계속된다.
자신의 경험을 덧붙임으로 해서 자칫 서평이 주게 되는 딱딱한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 수 있는 비법을 알고 싶다면, 3부에 수록된 최연호 교수의 ≪기억 안아주기≫에 대한 저자의 서평을 참조하면 좋을 것 같아 소개합니다.
“최연호 교수의『기억 안아주기』를 두 번 읽었다. 연속으로 책을 두 번 읽는 것은 나로서는 상당히 드문 경우다. 처음에는 그의 지적 소양에 반해서, 두 번째는 자가 진단과 자가 치료를 위해서였다.”(p.221)
4부. 우리는 아름다울 수 있을까.
종교가 된 피아노 편의 ≪뜨거운 얼음≫(마르코폴로, 2022)은 20세기 가장 위대한 피아니스트로 불린 캐나다의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의 전기로, 캐나다 음악사학자 케빈 바자나가 쓴 책인데요. 처음 두 문장을 읽는 것만으로도, 글렌 굴드의 바흐의 변주곡이 들리는 듯합니다.
“글렌 굴드의 바흐입니다. 가능하다면 인적이 드문 산길이나 호숫가로 가세요. 그리고 벤치에 앉아 눈을 감고 <골든베르크 변주곡>을 들으세요. 가을 햇살이 그의 손가락을 빌려 당신의 상처를 치유할 것입니다. 반드시 글렌 굴드의 연주여야 합니다.”(p.263)
책을 소개하는 일은 독자들에게 책에 대한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것이 목적일 텐데요 "어떤 어려운 내용도 '쉬운 듯 우아하게' 지식을 전달하는 사람."(p.221) 김미옥이 쓴 이 책은 저자의 말처럼 독서 선동서로 손색이 없습니다.
활자중독자이자 팬덤을 이끄는 서평의 달인 김미옥이 쓴 이 책은, 독자들에게 중국 송나라 시대 문인 구양수가 말한 글을 잘 쓰기 위해 갖춰야 할 세 가지 자세 "다문다독다상량(多聞多讀多商量)"이 떠오르는 잘 쓴 책의 표본이 아닐까 하는데요.
≪감으로 읽고 각으로 읽다≫. 책과 작가에 대한 진심과 열정에 자신의 이야기를 더해 독서와 글쓰기가 어떻게 막막한 삶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지를 보여주는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독서와 글쓰기가 삶에 주는 유의미성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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