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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u May 20. 2020

(2) 영어, 나를 죽을 때까지 괴롭힐 외계어

직장인 늦깍이 유학 수기

직장인 늦깎이 유학 수기


(2) 영어, 나를 죽을 때까지 괴롭힐 외계어


올해부터 회사에서 영어 학습에 필요한 비용을 제공해준다. 그래서 냉큼 회사와 연결된 학원에 영어 개인 레슨을 신청했다. 내가 일하고 있는 회사는 아일랜드 회사이니 이 상황은 마치 한국 회사에서 외국인 직원을 위해 한국어 교육 비용을 제공하는 것과 같다. 작년까지는 독일어 교육에 대해서만 지원을 하였으나 회사가 급격히 성장하면서 외국인 직원들이 많이 늘었고 그중에는 전문적인 경험을 가지고 있으나 영어 실력이 부족한 사람들이 적지 않다.


나도 지난 2년간 업무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 영어가 많이 늘었지만 아직도 언어 실력 부족으로 인해 의도치 않게 수줍어 보이는 "에이시안 샤이보이"를 넘어서지 못했으며 충분히 타당한 정보를 가지고도 설득에 실패하기도 한다. 전혀 만족스럽지 않다.


첫날 선생님 앞에서 이런저런 나의 문제점을  쏟아냈다. 아니 그동안 나를 서럽게 했던 상황들을 모두 토로했다. 독일인 아내에게 독일로 끌려온 처음 만난 호주인 선생님을 붙잡고 이렇게 한 풀이를 할 정도니 나도 그동안의 나의 고충을 가히 느낄 만했다. 그런데 내가 쏟아낸 각각의 문제 상황에 대하여 선생님의 답변은 매우 심플하고 일관적이었다. 굉장히 일반적인 문제이고 영어를 잘하는 외국인 대부분이 이미 겪은 문제라는 것. 난 내 상황을 지나치게 특수한 상황으로 생각하고 나만 부족한 사람이 아닌가 자책해왔으나 모두가 겪은 문제라면 나도 겪어야 하는 것일 뿐이다. 그 날 나는 독기가 풀린 눈으로 일반적인 사람이 되어 집에 돌아왔다.


굉장히 일반적인 문제

맞다. 나는 굉장히 일반적인 문제들을 가진 사람이었고 지금도 그런 사람이다. 공대에서 크게 뒤처지지 않는 영어 스펙을 만들어 회사에 입사하였으나 여행 외에는 해외 경험이 전무했다. 해외 엔지니어링 사업을 하는 회사를 다녔음에도 불구하고 나의 영어 실력은 계약서를 겨우 해독할 수 있는 정도에 머물렀으며 이를 항상 부끄러움으로 여기고 있었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실력은 좀처럼 늘지 않았고 그렇다고 무턱대고 부딪혀 볼 기회도 갖기 힘들었다. 나를 영어의 세계로 던져 버리지 않는 한 쉽게 해결되지 않는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던져 버린 것 같다.


결혼식을 마치고 3일 뒤 비행기를 타고 독일로 왔다. 그리고 불과 이틀 뒤 개강과 함께 영어의 세계에 던져졌다.


Cherry Blossoms / Stuttg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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