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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도현 Aug 04. 2018

마흔한 살 넋두리-행복은 어디에

자기계발 행복론의 뻔한 미래

30대에 막 들어설 무렵 우석훈 박사의 <88만 원 세대>를 읽고 크게 공감했었다. 20대가 처한 어려운 상황을 구조적으로 설명해 준 첫 번째 책이었기에 그 울림이 대단했다. 기성세대가 쳐놓은 바리케이드를 향해 모두 함께 짱돌을 던지라는 우석훈 박사님의 조언이 참 멋졌다. 어쩌면 확률적으로도 20대 혼자 열심히 스펙 쌓아서 그 죽음의 늪에서 빠져나오는 것보다 함께 돌을 던져서 늪 자체를 메워버리는 편이 더 쉽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아무리 아등바등해봐야 절대로 빠져나올 수 없는 늪이기 때문이다. 


'니가 열심히 하지 않아서 그런 거야'라고 하기엔 20대가 처한 상황이 너무 열악하다. '네가 열심히 하지 않아서 그런 거다'는 지적을 추적해보면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 가지 그랬냐'는 비아냥이 숨어 있다. 입시 지옥에서 적응하지 못한 사람에게 20대의 늪은 당연한 결과라는 것이다. 군대에서나 하던 선착순을 죽을 때까지 해야 하나. 죽어야 진짜 제대하는 건가.


그러나 한 편으로는 20대가 부럽기도 했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나올 수 없는 괴로운 삶의 원인과 처방을 구조적으로 알려주는 선배라도 있으니 얼마나 부러운가? 무엇보다 20대가 받을 위로가 많이 부러웠다. 30대에게는 그런 위로가 없다. 사회 구조 때문이라고 탓하기엔 책임의 무게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늘어나는 시기다. 사랑만 하면 되었던 20대가 끝났다. 30대의 사랑은 현실과 곧바로 마주하게 된다. 30대 초반에는 결혼이라는 현실과 조우하고, 중반에 들어서면 육아라는 현실과 만난다. 직장에서는 여전히 불완전한 존재다. 특히 여성이 겪는 30대는 도저히 용납하기 힘들 정도로 불합리하다. 여전히 육아의 책임이 직, 간접적으로 여성에게 주어지는 현실 속에서 직장인의 정체성과 엄마라는 정체성이 가장 강하게 부딪히는 시간이다. 아직도 뿌리 깊게 박혀있는 성차별의 벽 앞에서 많은 여성들이 좌절한다. 이러한 30대에게는 어떠한 핑계도 허락되지 않는다. '원래 그때는 힘든 거야'라는 대책 없는 위로만 공허하게 울릴 뿐이다. 

그렇게 10년을 치열하게 보내고 마주하게 되는 40대는 어떤가? 여전히 '원래 힘든 30대'의 현실에서 조금도 나아가지 못한다 그즈음되면 '30대에 열심히 하지 그랬냐'는 비아냥거림과 '그건 너의 실력이 모자라서 그런 거야'라는 자괴감이 우리를 괴롭힌다. 정말 그런가? 30대에게 기회가 주어진 적이 있던가? 실력이 좋았다면 그런 삶을 피할 수 있었을까?

 
자기계발은 아마도 그런 암울한 상태에 있는 30대에게 탈출구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 같다. 각자가 자기계발의 지도를 펼쳐 들고 이 늪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길을 찾아 헤매고 있다. 아니 어쩌면 자기계발이라는 자기 최면을 통해 우리는 어떤 환각을 즐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여기서 키워드는 '각자'다. 우리 모두 '각자' 길을 찾고 있다. 로또와 다를 게 무언가? 어떤 자기계발 책은 이 산을, 다른 자기계발 책은 저 산을 가리키고 있으니 말이다. 열심히 산을 올랐는데 '이산이 아닌가 봐'라고 한들 그 책임은 나에게 있을 뿐이다. 이 총체적 난국을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천 번은 흔들려야 하고 흔들릴 때마다 언니가 독설을 날려줌으로써 절대로 긴장을 놓치지 않는 것이 유일한 삶의 방법인가? 이 수많은 자기계발 방법론들은 우리를 어디로 이끌고 있는가? 도대체 행복은 어느 산에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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