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균실 3일 차

아무것도 안 하는 시간이 꼭 필요한 이유

by 프림
호지킨림프종 투병 2년 차의
무균실 일기

일정 :
09:00 약.자이로릭
09:30 몸 소독 & 환복
10:23 항암.플루다라빈 2일 차
저녁은 고급식! 갈비찜!

기분 : 무난. 졸림. 밤엔 좀 울컥(강아지 생각)
컨디션 : 좋음.

2025. 12. 05. 금요일


동종이식 D-4
무균실 3일 차

아무것도 안 하기

그렇다..
아무것도 안 하기란 참으로 어려운 것이었다.


계속 뭘 해야 할 것 같다.

해야 할 것을 하고 싶어진다.

늘 그렇게 살아왔으니.


하지만 내가 이식 전까지 아무것도 안 하려는 이유가 확실하기에, 있는 힘껏 브레이크를 걸어본다.


내 몸에 온전히 집중하는 시간 만들기.


아프고 나서 제일 크게 느낀 건,

나의 에너지는 한정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소중하고 한정적인 나의 에너지를

적절히 배분해야 한다.


그러려면, 우선순위 세팅을 잘해야 한다.

1순위는 무조건 나.

내 몸과 마음의 안녕이 가장 우선이다.


우선순위에서 늘 밀리기만 했던 나.


남들에게, 일에게, 또 다른 무언가에게 내어줬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순간에는 무조건 나를 올려야 한다는 걸 아프고 나서야 깨달았다.


아직도 생각만큼 잘 안되기 때문에,

스케줄처럼 약간의 강제성을 두고

오로지 나의 회복을 위한 시간을 갖는다.


Sns를 최소화하고, 전업 환자로서의 할 일을 하고, 무리할 일을 만들지 않고, 내 마음의 평온을 위해 노력하는 일.


나를 내가 아껴주고, 사랑하는 건

모두의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아프지 않은 사람도 알았으면 좋겠다.




무균실 들어오기 한 달 전, 암환우 동료의 치료비 모금을 돕는 후원 엽서 프로젝트를 했다.


일주일 만에 100세트를 완판 시켜 약 300만 원을 모금했다.


기획부터 디자인, 판매까지 총괄.

정말 정말 바빴다.


크리스마스 후원 엽서(기부만 가능)

(암뮤니티 라는 커뮤니티에서 지원해 줬고,

유튜버 신장박살님의 손글씨 문구가 들어갔다.

포장/배송은 암환우 단톡방 피닉스 크루 운영진의 도움을 받았다. 단순후원은 아직도 가능하다)


누가 보면 무리한 거 아닌가 싶기도 하겠지만,

살아있음을 느끼고 싶었다.


만들고, 나누고, 함께할 때 나는 살아있다.

그리고 도와준 분들이 없었으면 이만큼 못했겠지.

나를 믿고 응원해 주시니 감사한 삶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자면,

이렇게 나와있는 시간에 내가 하고 싶은 거 하면서 바쁘게 살기 위해서는, 들어와 있는 시간을 잘 보내야 한다.


그냥 지루하고 심심한 시간이 아니라

고요 속에서 숨 쉬며, 나를 채우는 시간.


이 시간을 나는 귀하게 보내고 싶다.

오로지 나의 회복을 위한 시간으로.


선물로 드렸던 치유다이어리 후기도 받았다
맛있는걸로 배를 채우는 일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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