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풀린 말을 좋아한다> : <주마상춘객과 군마>를 다시 읽다.
2017년, 나는 이 작품에
<주마상춘객과 군마>라는 제목을 붙였다.
그때의 나는 ‘객’을 보았다.
말을 몰아 달리면서도 봄을 느끼는 사람.
막 새싹이 돋아난 버드나무 아래를 지나며,
분홍빛이 번진 나무 곁을 스치며,
붉은 석양을 등진 채 앞으로 나아가는 존재.
속도 속에서도 계절을 감각하는 사람.
나는 그를 중심에 두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그림은 다른 장면을 보여주었다.
이제 내 시선은 오른쪽으로 향한다.
세 마리 말.
묶여 있지 않다.
몰리지도 않는다.
그중 한 마리는 고개를 들어
왼편의 기마 인물을 바라본다.
통제된 속도로 달려가는 말을
어딘가 놀란 듯,
어딘가 안쓰러운 듯 바라본다.
달리는 말은 강해 보인다.
그러나 그 속도는
누군가의 손에 쥐어진 고삐에서 시작된다.
몰아가는 힘이
언제나 자유는 아니다.
이 세 마리 말은 말없이 보여준다.
빠르게 달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서 있을 수 있는 상태가
어쩌면 진짜 자유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나는 오래전
달리는 말에 더 가까웠다.
멈출 수 없는 속도를
힘이라 믿던 시간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서서 바라보는 말의 편에 선다.
달리지 않아도 되는 자유.
몰리지 않아도 되는 존재.
나는
몰아가듯 사는 힘보다
스스로 머무를 수 있는 여유를 택한다.
나는 풀린 말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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