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의 나는
자유를 그리고 있었고,
동시에 하늘을 그리고 있었다.
그 해에 나는 묶이지 않은 말을 그렸고,
또 다른 화면에서는 비천상을 불러냈다.
어릴 적부터 비천상을 좋아했다.
실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사람의 상상이 저렇게까지 하늘을 빚어낼 수 있다는 사실이
늘 나를 멈춰 세웠다.
누군가는 공중에 몸을 띄웠고,
누군가는 보이지 않는 세계를 형상으로 붙잡았다.
나는 그 상상이 남긴 떨림을 오래 바라보곤 했다.
이 작품은 순지 위에 녹색을 먼저 올렸다.
내가 좋아하는 색이었다.
완전히 마른 뒤,
그 순지를 손으로 구겼다.
그리고 금빛을 얹었다.
한 번 접힌 하늘.
한 번 흔들린 빛.
매끈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균열이 있어도 하늘은 여전히 하늘이라고
말해 주고 싶었다.
이 화면에서 비천상은 내려오고,
오른편의 연꽃은 떠오른다.
하강과 상승이
서로를 향해 조용히 움직인다.
그때의 나는
어디로 향하고 있었을까.
올라가야 한다는 마음과
잠시 내려와 숨 고르고 싶은 마음이
한 화면 안에서 마주하고 있었다.
그래서 비천상은 내려오고
연꽃은 떠올랐다.
지금 다시 보니
이 그림은
그 시절의 나를 그대로 닮아 있다.
어디에도 완전히 닿지 못한 채,
위와 아래 사이에서
잠시 숨을 고르던 시간.
나는 아마도
올라가는 법을 배우기보다
흔들리는 마음을 붙잡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매끈한 하늘 대신
구겨진 하늘을 택했다.
구겨진 표면 위로
밝은 금빛이 스며들었다.
완전한 상승 대신,
잠시 내려오는 빛.
그 빛 앞에서
나는 오래 멈춰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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