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십장생도(十長生圖)에 나타나는 거북(9)
국립민속박물관 소장의
<장생화조도> 8폭 병풍은
궁중 회화에서 보아왔던 다른
<십장생도>와 많이 다름을
알 수 있다.
제1폭, 제3폭, 제7폭에는
장생과 관련 있는 것들을
그려 놓았다.
제1폭에는
학 한 쌍, 소나무(松鶴圖), 영지, 구름,
태양, 바위를 그려 놓았으며,
제3폭에는
사슴과 불로초, 바위를,
제7폭에는
거북과 연꽃을 그려 놓았다.
제2폭, 제4폭, 제5폭, 제6폭,
제8폭에는
‘현세기복적’인 것들을 주로
그려 놓았다.
제2폭에는
새 한 쌍과 바위틈에서 강인하게
자라나고 있는 매화꽃을 그렸고,
제4폭에는
기러기 한 쌍과 갈대(蘆雁圖), 태양,
구름을 그렸다.
원경에는
떼를 지어 날아가고 있는
기러기 떼를 그려 놓았다.
제5폭에는
<궐어도(鱖魚圖)>를 그렸다.
곧 물속을 박차고 뛰어오를 것 같은
쏘가리(鱖)와
등이 굽어
바다의 노인 (해로,海老)이라고
불리는 새우,
물 위로 떨어지며 흘러가는
복숭아꽃을 그려 놓았다.
제6폭에는
봉황 한 쌍, 오동나무,
오동나무 사이로 보이는
구름과 태양, 대나무를
그려 놓았다(鳳凰圖).
태평성대에 나타나고
오동나무에만 살고
죽실(竹實)만 먹고 산다는
봉황의 성향을 간략하지만
잘 나타내고 있다.
제8폭에는
괴석과 모란, 석류, 새 두 마리를
그려 놓았다.
민화에는
늘 함께 어우러져서 그려지는 것,
즉 정형화되어 있는 것들이 있다.
예를 들면,
학과 소나무(松鶴圖),
기러기와 갈대(蘆雁圖),
봉황과 오동나무(鳳凰圖),
오리와 백로는 연꽃과 같이
대부분 그려지며,
이 같은 조합은
상징의 배가(倍加)를 가져온다.
태평성대에 입신출세하여
부부가 자식 많이 낳고,
오랫동안 부귀영화를 누리며,
고고하게 장수하면서 살고 싶다는
솔직한 인간의 심성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제7폭의 연꽃 아래에서 놀고 있는
두 마리의 ‘거북’은
이미 장수한 거북임을
상징하고 있다.
연속된 육각형의 귀갑문을 청색으로
표현했을 뿐, 거북은 전체적으로
먹으로 채색되었다.
이 거북들은
고개를 들어 입에서
한 줄기 청색의 서기를
뿜어내고 있는데,
이 서기들은
공중에서 한 바퀴 원을 그리며,
하늘로 퍼져나간다.
‘청색’은 ‘적색’과 마찬가지로
‘벽사(辟邪)’를 상징하고 있어
‘장수’와 함께
‘벽사’의 의미를 가진다.
거북은
‘일반 거북’의 두상을 하고 있고
꼬리는 1개이며,
발가락은 4개씩 표현되었다.
※ 송학도(松鶴圖)
십장생을 상징하는 2개의 화재(畫材)가 모여 학수천세(鶴壽千歲, 학처럼 천수를 누리라는 뜻)와 일품대부(一品大父)라는 화제를 달고 있는데, 일품이란 말은 학이 새의 우두머리이기도 하지만 옛날 중국에서 문관 일품의 복장에 학의 문양을 사용한 것에서 연유하여 진시황이 비를 피하게 해준 소나무에게 대부라는 벼슬을 내렸다고 한다. 출세를 의미한다. 허균(1995). 전통미술의 소재와 상징, 서울: ㈜교보문고, 109-110.
※ 노안도(蘆雁圖)
갈대와 기러기를 그린 그림으로 ‘노안(蘆雁)’이 ‘노안(老安)’과 발음이 같아 노후의 평안을 염원하는 뜻으로 많이 그려졌다. 허균(1995). 위의 책, 118.
※ 기러기가 떼를 지어 날아오르는 것은 다른 어떤 상황보다 상서로운 의미를 지닌다. 허균(1995). 위의 책, 118.
※ 궐어도 <鱖魚圖>
중국 시인 장지화의 어부가의 한 구절인 ‘서쪽 한산에는 백로가 날고, 복숭아꽃이 물 위에 흘러갈 때, 쏘가리가 살찐다(西寒山前白鷺飛 桃花流水鱖魚肥).’라는 시구 표현한 것으로 쏘가리는 한자로 궐어(鱖魚)로 쓰며, ‘궐(鱖)’이 궁궐(宮闕)의 ‘궐’과 같은 발음이어서 ‘과거에 급제하여 대궐에 들어가 벼슬살이를 한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허균(1995). 위의 책, 83-85.
※ 새우는 등이 굽어 해로(海老)라고도 하며 해로(偕老)와 음이 같아 부부가 평생을 함께 늙어가는 해로(偕老)를 뜻한다. 윤열수(2010). 민화 이야기, p. 167.
※ 봉황도(鳳凰圖)
태평성대에만 출현한다는 새로 수컷은 봉, 암컷은 황이다. 봉황은 오동나무에서만 살며, 대나무의 죽실(竹實)만 먹고 산다고 한다. 허균(1995). 앞의 책, 111-112.
※ 백로 한 마리(一鷺)과 연꽃은 일로연과(一路連科)과는 의미를 지니는데, 한 길로 연이어 과거에 급제한다는 의미로 ‘一鷺’는 ‘一路’와 발음이 같으며, 연꽃의 연밥(蓮課)은 ‘連科’과 발음이 같아 ‘一路連科’의 의미로 사용되어 진다. 허균(1995). 앞의 책, 106-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