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컵받침대
지름 10cm, 높이 1.5cm.
손바닥 위에 올라오는 작은 원형의 목재 컵받침대다.
바탕은 검은색을 여러 번 겹쳐 칠했다.
단번에 ‘검정’이 되는 게 아니라, 층이 쌓일수록 깊이가 생긴다.
그 위에 나전칠기에서 착안한 방식으로
아크릴의 색을 올려 거북 문양을 만들었다.
거북은 민화에서 길상의 상징이다.
장수, 보호, 오래 지속되는 기운.
나는 그 상징을 ‘작은 생활의 자리’로 옮겨보고 싶었다.
컵 하나가 놓이는 자리.
잠깐의 온기와 물방울이 지나가도
조용히 견디는 자리.
이번 작업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물은 건 재료였다.
“이건 뭘로 만든 거예요?”
작게 적힌 설명이 있어도, 다시 묻는다.
아마도 사진으로는 잘 전달되지 않는
표면의 결, 빛을 받는 각도, 손끝에 걸리는 질감 때문일 것이다.
마감은 세 번을 고민했다.
UV 코팅을 시도했지만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두 번째도 실패.
세 번째에는 과감히 바니쉬로 마감했다.
반짝임을 과하게 만들기보다
생활 속에서 오래 가는 결을 선택한 것이다.
작은 물건이지만
이 안에는 ‘공예의 시간’이 있다.
칠하고, 말리고, 다시 칠하고,
색을 올리고, 다시 다듬는 시간.
그래서 이 컵받침대를 〈빛을 품은 길상〉이라 명명했다.
빛은 스쳐 지나가지만,
어떤 표면은 그 빛을 잠시 품는다.
그리고 우리는 그 잠깐의 반짝임으로
하루를 조금 더 조용히 견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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