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은 정물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움직이는 장면이다.
상단에서 아래로 흘러내리는 포도송이의 무게는 단순한 과실이 아니라 시간의 축적이다.
알알이 맺힌 보랏빛은 햇살과 기다림, 숙성의 시간을 품고 있다.
화면은 수직으로 흐른다.
포도에서 잎으로, 잎에서 가지로, 가지에서 다람쥐로, 그리고 다시 나비로 이어진다.
보는 이는 그 흐름을 따라가며 장면 속에 스며든다.
중앙 하단의 다람쥐는 정지해 있지만 긴장 속에 있다.
시선은 나비를 향하고, 나비는 잎 위에 내려앉은 채 미묘한 순간을 만든다.
한 마리의 나비는 포도와 잎 사이에 숨어 있어 ‘발견의 즐거움’을 남기고,
또 다른 나비는 다람쥐와 마주보며 화면에 교감의 축을 형성한다.
이 작품은 단순한 자연 묘사가 아니라
생명들이 서로의 존재를 인식하는 순간을 포착한 장면이다.
이 작품의 나비는 단순한 채색이 아니다.
색한지를 물에 적신 뒤 손으로 뜯어내며 생긴 섬유의 결,
그 자연스러운 가장자리의 포슬한 질감을 그대로 살린 ‘미미기법’을 사용하였다.
칼로 자른 선이 아니라,
찢어내며 드러난 한지 섬유의 생명성.
그 섬유 결은 날개 가장자리에 은은한 입체감을 형성하며,
평면 위에 숨결 같은 떨림을 남긴다.
이는 섬유의 결을 드러내는 방식이다.
한지를 물에 적셔 뜯어낼 때 생기는 미세한 섬유 단면이
빛을 머금으며 자연스러운 가장자리를 형성한다.
그 가장자리는 단순한 외곽선이 아니라
섬유가 살아있는 흔적이며
회화의 표면 위에 얹힌 장식이 아니라,
한지 물성 그 자체가 화면 안에서 숨 쉬는 순간이다.
그 지점에
작가의 실험과 감각이 응축되어 있다.
배경의 푸른 기운은 단순한 채색 효과가 아니다.
비단 화면 아래에 작가가 직접 염색한 한지를 배접하여,
염색 한지가 비단을 통해 은은히 발색하도록 구성하였다.
표면 위로 직접 드러나지는 않지만,
그 색은 구조 속에서 스며 나와 화면 전체에 공기감을 형성한다.
이는 채색이 아니라 구조에서 비롯된 색감이다.
푸른 바탕은 토스카나의 찬란한 햇살과 드넓은 하늘을 상징하며,
포도송이는 와인의 생명력과 풍요를 은유한다.
이 작품은 이탈리아 토스카나 부오나미코 와이너리 공모전에서 입상하였으며,
입상 작가에게 제공된 특별 제작 프로그램을 통해 작품 이미지가 적용된
한정 기념 라벨 와인으로 제작되었다.
와인 라벨로서의 의미
포도는 와인의 원천이다.
다람쥐는 축적과 성실을,
나비는 변화와 자유를 상징한다.
이 상징들은 단순히 나열되지 않는다.
서로 마주보고, 응답하며, 흐른다.
와인을 음미하는 행위처럼,
이 그림 역시 천천히 바라볼수록 이야기가 깊어진다.
<포도빛 교향곡>은
동양적 한지 물성과 서양 와인 문화가 만나는 지점에서 탄생한
문화적 교차의 화면이다.
토스카나의 햇살과 한국적 미감이 교차하며,
경계를 넘어서는 조화와 희망의 미학을 노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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