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rince ko Mar 20. 2017

자소서에 쉼터에서 봉사한 내용으로 가득 채웠어요

이주노동자쉼터는 시민교육도 한다

쉼터에서 오랫동안 봉사하던 아이가 대학 입학 이후 한 동안 소식이 뜸하더니 감사하다며 인사를 왔다. 그 동생은 누나를 이어 봉사한다고 한 시간 먼저 와 있었다. 아이는 지원하는 대학마다 합격했고, 원하는 대학에 갔다고 했다. K대를 비롯한 여러 대학에 합격했지만, 교사가 되고 싶어 S교대를 택했다고 했다. 이젠 아이라 하기엔 다 큰 숙녀다.


“자소서에 쉼터에서 봉사한 내용으로 가득 채웠어요. 쉼터 덕택에 합격했어요.”


같이 봉사하던 아이들도 대체로 원하던 학교에 진학했다고 했다. 나중에 시간 맞춰서 올 계획이고, 앞으로 다시 봉사활동을 오겠다고 했다. 아이를 가르친 보람을 느낀다.


용인이주노동자쉼터에 고등학생들이 봉사하러 온다고 하지만, 특별히 할 수 있는 게 없다. 몸 쓸 일 밖에~그래서 아이들은 독한 단체 대표 덕에 쉼터에 오면 고생한다. 빡세게 청소를 해야 하고, 허드렛일을 도맡아야 한다. 땀 뻘뻘 흘리며 해도 티 안 나는 일들이다. 일요일(3.19)에 아이들은 침구를 말리고, 겨우내 문을 열지 않아서 곰팡이가 낀 벽에 벽지를 바르고, 창고를 정리했다.


그렇다고 2시간 내내 일만 시키진 않는다. 봉사 의미를 살릴 수 있도록 봉사 시간을 쪼개서 이주인권 등에 대해 아이들을 가르친다.


3.21일 세계인종차별철폐의 날을 앞두고 인종차별에 대해 이야기했다. 인종갈등이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사회가 직면한 문제일 수 있다는 말에 아이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함께 한 여덟 명의 아이들이 앞으로 1~2년 혹은 더 봉사활동을 하면서 열린 시야를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 아이들이 잘 배워 성숙한 시민으로 자랄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도 용인이주노동자쉼터가 하는 일 중 하나다.


매거진의 이전글 자칭 홈리스라던 윌슨의 행복한 고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