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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ince ko Mar 17. 2017

자칭 홈리스라던 윌슨의 행복한 고민

홈리스는 가족에게 돌아갈 수 없는 사람

아내의 갑작스런 이사와 이혼 통보로 아이들을 못 본 지 2년도 더 된 잠비아인 윌슨은 세상을 다 얻은 듯합니다. 아이들을 정기적으로 만나기 위해 청구한 면접교섭권 재판에서 “격주 토요일 정오부터 일요일 다섯 시까지 아이들을 만날 수 있다”는 판결을 어제(16) 받았기 때문입니다. 


월슨은 지난 몇 년간 스스로 홈리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아왔습니다. 그에 의하면 홈리스는 찾아갈 가족이 없는 사람입니다. 


“일을 마치고 따뜻한 인사로 맞이하는 가족에게 돌아갈 수 없는 사람이 홈리스예요. 저에게는 그런 가족이 없어요. 아내는 몰래 집을 이사했고, 아이들을 못 만나게 해요. 아이들이 너무 보고 싶어요.”


윌슨은 찾아갈 가족이 없고, 아이들을 만날 수 없는 자신을 홈리스라 부르며 한동안 술에 절어 살았습니다. 이주노동자쉼터 도움으로 알코올 중독 치료를 받았지만 쉽게 술을 끊지 못했습니다. 살아갈 소망이 끊긴 사람에게 술 말고는 위안이 되는 게 없었습니다. 


그랬던 그가 쉼터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며 어렵게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올해 들어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 술을 끊고 일을 시작했습니다. 콘크리트 벽돌 공장에서 시멘트를 섞는 일이었습니다. 아침 여덟 시부터 저녁 아홉 시까지 휴일에도 일하는 경우가 많아 일은 고됐습니다. 그래도 언젠가 귀국하면 벽돌 공장은 좋은 사업 아이템이 될 거라는 생각에 기술을 배우기로 했습니다. 미국에서 호텔경영을 공부했던 윌슨은 고향에서 있을 때도 육체노동을 해 본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개발 붐이 일고 있는 고국에서 건설에 꼭 필요한 벽돌 제작 방법을 배워둔다면 소규모라도 사업을 시작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마음을 다잡고 일하던 그에게 재판을 도와주겠다는 변호사가 나타났습니다. 재판은 순조롭게 끝났습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해요? 부산으로 이사해야 해요? 공장에서 일하면서 왔다 갔다 하면 사장님이 허락할까요? 아이들 만날 수 없다면 회사 그만둘 거예요. 그래도 기술은 꼭 배워 두고 싶어요. 어떡하죠?”


아이들은 지금 부산에 있습니다. 전 부인이 만남 장소를 정하면 그곳에서 아이들을 만나게 됩니다. 윌슨은 사장이 허락하면 격주로 내려가는 방법이 최선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여의치 않으면 회사를 그만 둘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있는 부산으로 이사해야 할지, 격주로 부산에 가는 길을 택할지 행복한 고민에 빠진 윌리마는 이제 홈리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지 않아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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