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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ince ko May 28. 2017

심다 남은 모를 보며

쌀나무 한 번 심어본 적 없어도

모내기 끝난 논 모퉁이에 한 뭉텅이 모가 덩그러니 내던져져 있다

내다만 모가 왕따처럼 측은해 보이는 건
풍년에도 수매가 걱정해야 할 농군들 모습을 닮았기 때문인가

이 나이 되도록
물이 찬 논두렁에서
볍씨가 모가 되고
모가 쌀이 되고
쌀이 밥이 되기까지 
모내기 한 번 해 본 적 없다

이 나이 되도록
물 마른 논에서
벼를 베고
쌀을 털고
가마니 들어 논 밖으로 들어내 본 적 없다

벼를 쌀나무라고 해도
그런가 보다 할 만치 
논두렁을 기웃거려 본 적 없는 놈이
이제껏 배곯아본 적 없는 건 은혜요, 기적이다
농군들에게도 하루하루가 기적 같고 은혜로운 날들이 가득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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