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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ince ko Jun 06. 2017

대한민국 복덩어리라는 아이

하루라도 잔잔한 날이 없는 이주노동자쉼터

“一日不事件(일일불사건)이면 西日出(서일출)이라”

“하루라도 사건이 터지지 않으면 해가 서쪽에서 뜬다. 팡팡!!”


이것은 안중근 의사가 한 말도 아니요, 공자가 한 말도 아니다. 이것은 용인이주노동자쉼터 현실이다. 직장을 잃고 월급을 못 받고, 아파도 도움을 호소할 곳이 없는 일은 일상이다. 그 와중에 사건이 팡팡 터진다.


자녀 면접교섭권 화해권고결정문을 받아들고 기뻐하던 잠비아인이 화성외국인보호소에 갇혀 있다. 체류기간 연장 신청 기한을 놓친 상태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임의동행 형식으로 출입국으로 인계된 후, 외국인보호소로 이송된 것이다. 보호일시해제를 하려고 했더니, 벌써 세 번째 단속되어 잡혀온 거라 곤란하단다. 보호일시해제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행정소송으로 가야 한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 하지만, 사람을 믿고 진행해야 할 일이다. 


베트남 출신 이주노동자가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애를 가지려고 인공수정을 하다 지난 5월에 아이를 낳았다. 산모 나이는 42살이다.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심장과 심혈관 등이 좋지 않아 수술실로 옮겨졌다. 다행히 수술은 잘 되었고, 지금은 회복 중이다. 문제는 돈이다. 아흐레 만에 거의 5천만 원에 가까운 병원비가 발생했다. 앞으로 얼마가 더 들지 모른다. 해법을 찾아보려고 병원에 들렀더니, 일단 동료들 월급날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고 병원비의 절반을 만들기도 힘들다. 병원비를 줄이려면 하루라도 빨리 퇴원해야 하는데, 보증이라도 서서 퇴원할 수 있다면 해야 할 형편이다. 지혜자는 함부로 보증서지 말라(잠언17:18) 했는데, 병원은 한국인이 아니면 보증을 받아주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아이 아빠는 아이 이름을 ‘대한민국에서 얻은 복덩어리’라고 ‘국복(國福)’으로 지었다고 한다. 태어나기까지 인공수정하느라 부모가 이주노동으로 번 모든 돈을 쏟아 붓게 하고, 태어나자마자 근심을 안겨도 생명은 부모에게 복덩어리가 맞다는 걸 믿는다. 


아직 열 달도 되지 않은 결혼이주여성의 아이가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다. 그 아이가 오늘 퇴원한다. 그나마 한 명이라도 시름을 덜게 하니 감사한 일이다. 


노통은 한때 이런 말을 했었지. 못해먹겠다고. 남에게 아쉬운 소리 못하고, 주변머리 없는 사람은 이주노동자 사역을 하면 안 된다. 하루 빨리 이 바닥을 떠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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