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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ince ko Jun 18. 2017

'장 엄마' 그만둬서 힘들다는 하소연

이주노동자는 일하는 기계가 아니라고요

“사장님, 정말 나빠요. 장 엄마 힘들어서 그만뒀어요. 그래서 일요일에도 계속 일하래요.”

“장 엄마가 누구?”

“사장님 와이프 엄마”

“아, 장모님~”

“사장님이 자기 장모가 아파서 그만 뒀다고, 일요일에도 일하게 해요?”

“네~”


가내공업 수준의 업체에선 부지깽이도 거든다는 모내기철 농가처럼 나이든 집안 식구들 손마저 아쉬울 수 있다. 그런 업체에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은 주말근무가 일상이다. 특별히 갑자기 누군가가 자리를 비울 경우는 그나마 약정되었던 휴일도 일해야 하는 경우가 흔하다. 


한 동안 보이지 않던 이주노동자가 일요일에 이주노동자쉼터 한국어교실에 와서 하소연을 한다. 일감은 늘어 가는데, 일하는 사람은 줄어 힘이 든다고 했다. 넷이 하던 자리를 이제는 혼자 맡아서 하고 있단다. 손이 느리지만, 그나마 거들었던 사장의 장모는 허리가 아파서 이젠 더 이상 일을 못한단다. 격주로 토요일에 쉬던 회사에서 벌써 몇 달째 쉬지 못하고 일을 했다. 그나마 오늘은 사장이 무슨 일이 있다며 쉬게 해서 한국어교실에 왔다고 한다. 


사장은 화장품 병뚜껑을 만드는 회사를 차려 많은 돈을 번 사람이다. 그가 화장품 용기에 내용물을 집어넣는 회사를 만들고 더 많은 직원을 뽑는다고 했을 때, 월급을 더 받을 줄 알았다. 하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큰 법이다. 더 뽑는다는 직원은 화장품 병뚜껑 회사에서 데리고 온 둘이 전부였다. 한국인들은 아르바이트로 여남은 명이 일했다. 월급은 변함없었고, 일은 더 힘이 들었다. 근무처를 옮기고 싶어도 사장은 절대 허락하지 않는다. 


처음 몇 달은 익숙하지 않아서 그러려니 했다. 그러나 제품 제조 과정에서 나는 냄새 때문에 아르바이트로 왔던 한국인들이 그만두면서 해야 할 일이 점점 늘어났다. 사장은 처음부터 한국인들을 고용할 생각이 없었는지, 사장 부인과 장모가 같이 일하면서 더 이상 사람을 뽑지 않았다. 큰 도움이 되지 않았지만, 그나마 손을 덜어주던 장모라는 사람이 있었으면 격주로 쉴 수 있을 텐데 하는 이주노동자의 하소연에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점점 더 강도가 세지는 일을 하면서도 월급은 그대로인 이주노동자, 노년에 사위의 사업체에서 일할 수밖에 없었던 사람은 어떤 심정일까? 일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감사할 수 있는 거 아니냐고 할 수도 있지만, 정당한 대우를 요구할 수도 없는 현실은 ‘일하는 기계’가 있을 뿐, 존중받고 가치를 인정받는 ‘노동자’는 있을 수 없다. 사장이 욕심을 조금만 줄이면 너나없이 행복할 수 있을 텐데 하는 건 너무 순진한 생각일까? 


이주노동자는 일하는 기계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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