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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ince ko Jul 01. 2017

백정이 아니라면 출입국은 칼춤을 멈추어라!

아이들 만날 권리마저 빼았겠다는 출입국

유월을 보내며 두 아이의 아빠로, 면접교섭권을 갖고 있는 잠비아인 W가 청구한 강제출국 이의제기가 기각되었다는 연락을 수원출입국으로부터 받았다. 그 때문에 7월 첫 날, W를 만나러 외국인보호소로 갔다. 보호소로 출발하기에 앞서 이주노동자쉼터에 있던 W의 여행용 가방과 어깨에 걸칠 수 있는 가방 두 개에 옷과 신발 등을 꾸역꾸역 집어넣었다.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지만, 실익이 없을 것 같다는 변호사 자문에 따라 우선 짐이라도 갖다 주기로 한 까닭이었다. 면접교섭권 소송을 담당햇던 변호사는 ‘생계능력 없고, 한국체류가 모범적이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인해 소송을 진행해도 강제출국을 면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수십 번을 가도 정이 가지 않는 화성외국인보호소였다. 건물에 큼지막하게 붙여놓은 ‘법과 질서의 확립’이라는 푯말이 눈에 먼저 들어왔다. 보호소 아닌 구금시설인 외국인보호소에서 말하는 법과 질서는 상당히 차별적이다.


대체 모범적이라는 말은 그 기준을 어디에 두고 있을까? 내국인이라면 생활이 모범(?)적이지 않다고, 생계를 유지할만한 변변한 직장이 없다고, 경찰에 붙잡혀 훈계 좀 받았기로서니 ‘당신은 대한민국에서 살 자격이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국외 추방이 아니더라도 ‘이곳 주민이 될 수 없습니다’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좀 더 본질적인 문제로 설령 문제가 있다 해도 ‘당신은 당신의 자녀를 만날 자격이 없습니다. 당신의 행복추구권을 박탈합니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 절대 그럴 수 없다. 아무리 못난 아버지라 할지라도 자녀들을 만날 기회마저 박탈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출입국은 그렇게 한다. 단지 외국 국적자란 이유만으로.


W는 자신의 이의제기가 기각되었다는 사실이 무슨 뜻인지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다. 그로 인해 전 부인에게 아이들을 만나게 해 달라고 부탁했지만, 성사 여부는 회의적이다. 그는 ‘외국인보호소는 내가 있을 곳이 아니다. 귀국하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당장 고향으로 돌아갈 수도 없다. 비행기 표를 살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출입국은 전화카드조차 살 형편이 안 되는 사람에게 비행기 표를 스스로 장만하라고 하고 있다.


‘모든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권리보호에 관한 국제협약’ 제22조 8항은 “이주노동자 또는 그 가족이 추방되는 경우 추방 비용을 당사자에게 부담시켜서는 안 된다. 당사자는 자신의 여행경비의 지불을 요구할 수 있다”고 하고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 출입국은 글로벌 스탠다드와는 너무나 거리가 멀어서 유엔협약 따위는 개나 줘 버리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돈 없으면 6개월이든 얼마든 돈 마련될 때까지 보호소에 구금하는 것을 당연시한다. 경제적인 이유만 따져도 그 기간이면 차라리 비행기 표를 사서 귀국시키는 게 나을 텐데, 출입국은 사람을 마냥 붙잡아 둔다. 그러다 말썽이 될 소지가 있을 때는 가차 없이 보내버리는 행태를 반복한다.


그렇게 법과 원칙을 부르짖는 출입국 단속 공무원들은 얼마 전 수원의 한 건설현장에서 중국 출신 이주노동자에게 집단으로 주먹질에 삼단봉으로 폭력을 휘둘러 논란이 일고 있다. 이처럼 법과 질서를 외치지만, 칼춤 추듯 재량권을 휘두르는 출입국 재주에는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누가 출입국에게 한 개인의 행복추구권을 박탈할 권리를 주었으며, 법 조항 어디에 그런 문구가 있는지 묻고 싶다. 수원출입국은 인권친화적이라는 문재인 정부에서도 여전히 이명박근혜 정부와 다를 버 없이 칼춤을 추고 있다. 


출입국은 백정이 아니라면 당장 그 칼춤을 멈추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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