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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ince ko Dec 12. 2017

파륜궁과 서울구치소, 그 낯선 이름

전세금을 들여 변호사를 선임했다. 착수금을 돌려받고 싶지만...... 

파륜궁과 그 유명한 서울구치소. 나와 무슨 상관일까 싶은 단어와 맞닥뜨렸다.


임신 8개월, 남편이 곧 추방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갖고 있던 돈을 다 털어서라도 변호사를 선임하게 했다. 방문취업비자로 입국한 중국동포 류 씨는 모 법무법인에 사건을 맡긴 상태였다. 남편이 방문취업 비자가 다 끝나갈 즈음 변호사를 통해 난민 신청한 것이 문제가 됐다고 했다. 변호사라고 했지만 사실은 체류 지원을 가장한 브로커였다. 난민 인정을 받으면 체류하기가 쉽다는 말에 류 씨는 남편이 하는 일에 동조했다. 


남편은 파륜궁 박해를 피한다는 구실로 난민 신청을 했다. 길림성 출신인 부부는 중국에서 몇 가지 서류를 만들어 출입국에 제출했고, 변호사는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될 거라고 약속했다. 난민 신청 전에 그는 파륜궁 수련을 해 본 적이 없었다. 그와 함께 상당수의 사람이 함께 했다. 이때 변호사에게 사람들을 소개한 게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들었다. 난민 신청을 하며 든 돈이 아까웠던 부부는 가까운 지인들에게 변호사를 소개했고, 그 덕택에 얼마간의 사례를 지인들로부터 받았다. 


얼마 안 있어, 난민 심사가 진행 중인 줄 알았던 부부에게 들이닥친 건 출입국사무소 직원들이었다. 임신 중인 류 씨는 불구속된 반면, 남편은 전직 대통령이 있다는 곳으로 잡혀 갔다. 외국인 보호소가 아니었다. 


남편이 문서 위조와 변화사법 위반으로 구치소에 갇히자, 류 씨는 착수금 3천만 원을 주기로 하고 변호사를 선임했다. 어찌어찌해서 2천만 원은 마련했는데, 1천만 원이 모자랐다. 들어간 돈은 지난 2월에 계약했던 빌라 전세금이었다. 전세금을 빼면서까지 변호사를 선임한 이유는 어렵더라도 한국에 정착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집주인은 부부의 딱한 사정을 이해하고, 전세금 상당액을 빼주긴 했지만, 전액을 한꺼번에 줄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어렵게 선금을 지불했는데도 법무법인 사무국장은 자꾸 잔금 청산을 독촉했다. 전세금 외에 여윳돈이 없는 류 씨는 뾰족한 수가 없자 쉼터를 찾아왔다.


전세금을 빼고 남편의 보석을 희망했던 류 씨는 점차 현실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결국 류 씨는 차라리 귀국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변호사 선임을 취소하고 착수금을 돌려받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변호사가 착수금 돌려준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고,  변호사를 선임하며 작성한 계약서에도 착수금 반환은 할 수 없다고 분명하게 기록돼 있었다. 현실적으로 촌놈이 해 줄 수 있는 게 없었다.


모든 문제는 욕심이 화근이었다. 번거롭게 재입국하는 절차를 갖더라도 방문취업비자로 있었으면 될 일을……


법률구조공단 안내를 해 줬다. 내일 찾아가 본다는데, 머리가 지끈거린다. 같이 가기는 하겠지만, 그렇다고 이미 지급한 착수금을 돌려받지는 못한다는 걸 이미 알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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