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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ince ko Dec 11. 2017

동상 걸린 게 눈에 보이는데도 찬물에 일 시킨 사장님

일시켜서 아팠는데 건강보험도 가입하지 않았다니……

길거리 동네 똥개도 아파 보이면 안쓰러워 살피는 게 사람 마음인데, 어찌된 영문인지 이주노동자를 고용한 사장님들 중에는 오장육보에 ‘못된’ 심보와 욕심보가 더 달린 분들이 있나 보다.


미나리 밭에서 일하다 동상 걸린 게 눈에 보이는데도 찬물에 일 시킨 사장님은 대체 어떤 사람일까? 양 손등과 손가락에 물집이 부풀어 오르고 진물이 나는데도 모른 척한 사람의 얼굴이 궁금하다. 첫 눈에 보기에도 손을 움츠린 자세가 이상했는데, 몇 달을 같이 일한 사람이 몰랐다는 건 말도 안 된다. 고용허가 이주노동자를 놓지 않으려는 사장은 아픈 사람을 붙잡고 일을 시키면서도 건강보험이나 산재 가입도 하지 않았다. 


농축산 등의 사업자는 사업주 부담 때문에 이주노동자를 고용해도 직장 건강보험 가입을 대체로 꺼린다. 건강보험은 모든 사업장에서 의무 가입하도록 돼 있지만, 제도적으로 이를 강제할 방법이 없다. 좀 더 정확히는 강제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다. 고용노동부가 의무 사항을 지키지 않는 사업주의 외국인 고용허가를 박탈하면 된다.  고용노동부가 분명한 의지를 갖고 있으면 해결될 아주 간단한 문제다. 


한편 의료이용 접근성이 낮은 농촌 거주 농업인도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각 읍면 농축산과에서 실시하는 농업인 건강보험료 지원 사업을 신청하면 된다. 신규 농업인이 신청서를 작성하여 이장을 경유하여 읍·면장에게 제출하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적격 여부를 검토하여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는 건강보험료 일부를 지원하여 농민의 생활안정과 복지 증진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농촌에 거주하나 농업에 종사하는 이주노동자도 당연 대상이 된다. 그럴 경우 건강보험료의 50%(농림부 28%, 보건복지부 22%)를 지원받을 수 있다.


최저임금도 못 받고 일하는 농촌 이주노동자가 지역의료보험에 가입하는 것은 엄청난 부담이다. 미나리 밭 사장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농촌 사업주들은 그 간단한 일조차 하지 않으면서 노동력만 뽑아내려고 한다. 사람이 아픈 것조차 살피지 않는 사람들에게 그런 세심한 배려를 기대하는 게 무리일지 모른다. 그런 면을 고려한다면 정부는 농업인 건강보험료 지원 사업에서 고용허가 이주노동자는 의무 가입으로 강제해야 하고 관련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 내국인 농업인과 이주노동자 양측에 유익한 제도를 고용노동부가 외면하는 것은 직무유기다. 


동상 걸리고 쉼터에 들어온 이주노동자 소핕은 캄보디아에서 왔다. 주사를 맞고 약을 먹으면서 며칠 사이에 오른손 상태가 많이 호전되었다. 왼손은 여전히 물을 댈 수 없을 정도라 하루 종일 손모아장갑을 끼고 있다. 쉼터 초창기부터 무료진료를 해 주고 있는 명선교회에서 보내준 장갑이 마침 도착해서 쉼터에 오자마자 준 것이다.


소핕은 사람이 참 반듯하고 예의가 바르다는 느낌을 준다. 고향 집에서는 귀한 딸이요, 누이었을 그에게 이번 겨울은 시베리아 추위보다 무서울지 모른다. 쉼터에서 대한민국이 시베리아 같은 추위만 있는 곳은 아니라는 것을 그가 알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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