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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ince ko Dec 06. 2017

동상으로 물러터진 손으로 쉼터 찾은 이주노동자

오늘도 묻는다. "밥은 먹고 다니냐?"

“여기는 용인터미널입니다.……”

“용인터미널? 쉼터 오시게요?”

“나 몰라”


요즘 들어 많이 늘어난 캄보디아 사람이다. 한국어를 못해도 너무 못한다. 그래도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데, 전화를 한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지는 감으로 때려잡았다. 터미널에 가서 그를 만났다. 


큼지막한 여행용 트렁크와 짐을 가득 넣어 팽팽하게 부풀려진 가방 두 개를 옆에 두고 의자에 앉아 있는 그를 보고 인사를 했다. 그는 낯선 사람에게 당신은 나랑 상관없는 사람이라는 듯이 손을 흔들며 어딘가 전화를 했다. 내가 전화를 받고 “여보세요” 라고 하자, 그는 민망한 듯이 살짝 웃었다. 


저녁 7시에 온다고 했던 사람이었다. 지난 가을에 쉼터에서 생활했던 여성이주노동자가 ‘친구가 있는데, 갈 곳이 없다’고 아침에 연락이 왔었다. 


“밥 먹었어요”라고 묻자, “밥 몰라요” 라고 답하는데 배고픈 표정이다. 터미널 안에서 왕만두를 샀다. 가방을 든 그의 손가락과 손등에 상당한 크기의 상처가 아물고 있었다. 일하다 다쳤던 모양이다. 그의 바지는 얇은 운동복이었고, 신발은 구멍이 숭숭 뚫린 슬리퍼였다. 지금이 한여름도 아닌데, 아직 겨울날 채비를 못했나 보다. 캄보디아에서 올 때 입고 있던 옷과 신발 그대로의 그가 한국에 온 지는 이제 4개월째다. 농업이주노동자로 전주에서 일하다 왔다고 했다. 

나는 짐짝만한 트렁크를 들고, 그는 가방을 들고 쉼터로 향했다. 쉼터 계단을 오르는데 2층쯤 오자 “피곤해요” 라고 했다. 가방 무게 때문인지 모르지만, 숨을 헉헉거리다 잠시 걸음을 멈춘다. 그 체력으로 농사일을 어떻게 했을까? 일하느라 체력이 다 떨어졌을까? 


미나리밭에서 일했었다는 그의 왼손은 손가락마다 화상입은 것처럼 진물이 나고 있었고, 오른손도 절반 가량은 비슷한 상태였다. 처음에는 사고로 다친 줄 알았는데, 동상이었다. 이른 아침부터 저녁 해질 때까지 물에서 작업하는 탓에 손과 발이 퉁퉁 부었다고 했다. 하루 종일 허리 숙여 일하면서 허리통증을 하소연하기도 했지만, 사장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손가락과 손등에서 진물이 나면서 누가 봐도 일할 수 없는 상태라는 걸 숨길 수 없을 지경이 되자 이직을 허락했다. 


얼어 터진 손등을 보며 더 물어보고 싶은 게 있었지만 그의 사연을 다 듣기에는 그의 한국어가 너무 서툴고, 나는 캄보디아어를 못한다. 


쉼터에 들어설 즈음 또 다른 전화가 왔다. 


“사장님, 기숙사 있어요?”


사장은 회사 가서 찾아야 할 텐데, 목사에게 사장이라니, 오늘도 나는 묻는다. 


“밥들은 먹고 다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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