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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ince ko Dec 22. 2017

취직한 줄 알고 한 턱 쐈다. 현실은...

계약하러 오라 해 놓고 사람 필요없다니...

‘타다다닥!!!’ 

 
누군가 계단을 급하게 뛰고 있었다. 구직유효기간 만료를 나흘 남기고 일자리를 찾아 떠난 줄 알았던 소피아였다. 그저께 저녁에 쉼터에서 마지막 밤을 보내며 친구들과 치킨을 먹고 싶다고 했던 그였다. 석 달 간의 실직으로 한 푼이 아쉬울 그가 한 턱 낸다고 했다. 월급이나 받고 쏘라고 했지만, 한사코 같이 있던 친구들을 대접하고 떠나고 싶다고 했다.  
 
어제 아침 쉼터를 나간 줄 알았던 그는 항상 방글방글 웃어서 세상 근심 하나 없는 사람인 줄 알았다. 그런데 한 바가지는 금방 쏟아낼 것 같은 눈물이 얼굴에 보였다.  
 
“사장님, 안 사람 필요해요. 일 없어요.”
“네????” 

 
평상시 같으면 그의 말에 웃을 법한 일이었지만, 미소도 지을 수 없을 만큼 심각한 일이었다. 소피아는 오늘자로 구직유효기간이 사흘 밖에 남지 않았다. 주말과 성탄 연휴를 끼고 있어서 합법적으로 구직할 수 있는 시간은 사실상 몇 시간 남지 않은 셈이다. 설령 구직기간 만료일이 관공서 휴무일이라는 이유를 대더라도 단 하루가 더 남았을 뿐이다.  
 
계약하겠다고 해서 찾아갔는데, 철썩 같이 믿었던 사장이 ‘사람 필요 없다’고 했단다. 그것도 하루 지나서. 차라리 구인 신청을 하지 말거나, 계약한다고 오라고 하지 말았어야지 하는 원망을 해도 소용이 없다.  
 
사무실에 잠시 들렀다가 고용센터에 데려다 줄 생각으로 잠시 기다리라고 했다. 내 생각과 달리 소피아는 단 몇 분 전화통화를 하는 사이에 사라졌다. 제주에서 성희롱을 당하고 올라 온 솜**에게 소피아가 어디에 갔는지 묻자, “광주 갔어요. 일 찾으러”라고 한다. 계약하겠다는 사장이 있는 건지, 고용센터를 찾아간 건지 확실치 않았다. 석 달 동안 일자리를 찾다 겨우 얻었다 싶은 고용 기회를 거부당한 소피아는 마음이 급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럴 땐 터미널이 코앞인 게 다행이라 해야 할지, 답답하다 해야 할지 모르겠다.  
 
한국말을 잘하는 속마치 도움을 얻으려고 해도 그는 일자리를 찾아 아침부터 밖으로 나갔다. 밖으로 뛰쳐나간 소피아와는 말이 통하지 않으니 전화를 해도 소용없다. 이제 세 시간도 남지 않았는데… 
 
고용노동부는 3개월간의 고용 알선기간이 끝나가는 소피아의 사정은 살피려 들지 않는다. 소피아는 고용허가제 농업분야로 입국한 이주노동자다. 농업 외 다른 분야에서는 합법적으로 일할 수 없다. 농한기인 겨울에 실직한 이주노동자가 일자리를 찾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한국어가 서툴면 더욱 힘들다. 3개월이라고 하지만, 구직 유효기간은 금세 지나가고 만다. 그 기간이 지나면 흔히 말하는 '불법'이라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  
 
늘 그렇듯이 공무원들은 이주노동자가 미등록자가 되든지 말든지 상관없다는 태도다. 그들은 구직 의사도 없는 사장을 소개해 주는 일을 예사로 안다. 소개받은 사람은 당장 ‘불법’이라는 딱지를 달지도 모르는데도 나 알 바 아니라는 태도로 일관한다.  
 
미등록자가 된 이주노동자를 군침 흘리며 기다리고 있는 건 출입국관리사무소와 체류 자격을 빌미로 후려치며 착취하기를 즐기는 악덕업주들이다.  
 
오늘 소피아가 일자리를 못 얻었다고 하면 26일에는 하루 종일 신경 곤두세우고 함께 달려야 한다. 그럴 일이 없기만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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