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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ince ko Dec 28. 2017

네팔인 부부가 만들어 준 꿩 요리

아기도 엄마 아빠가 만들어 준 꿩 고기를 함께 먹을 수 있다면...

꿩은 “꾸엉~꿩~꿩~”하고 운다. 그래서 꿩이라고 한다면 믿을라나? 


어릴 적에 소복하게 눈 쌓인 날이면 꿩 잡는다고 산과 들을 돌아다니곤 했다. 꿩은 다니던 길로만 다니는 습성이 있다고 해서 눈 위에 난 자국을 따라 다니며 아침 일찍 덫을 놓고, 날이 어둡기 전에 살피러 다니곤 했었다. 수꿩은 장끼, 암꿩은 까칠하다 해서 까투리, 새끼 꿩은 꺼벙해다 해서 꺼병이라고 하지만, 꿩은 의외로 아이들이 놓은 덫에는 잘 걸리지 않았다. 그래서 어쩌다 제사상에 꿩 산적이라도 오른 날은 군침을 다시기 마련이었다. 


꿩맛이 어떠냐고? 어떻게 설명하면 그 맛을 알 수 있을까? 음...“꿩 대신 닭”이라는 말이나, “꿩 구워 먹은 자리 같다”는 속담이 왜 나왔을까를 생각하면서 맛을 상상해 보시라. 예나 지금이나 흔하다는 제주에서도 꿩은 귀한 음식이었다. 어쩌다 꿩 한 마리를 잡으면 식솔이 많던 예전에는 이웃과 나눠 먹기에는 양이 너무 적었다. 그렇다고 그 맛있는 꿩고기를 혼자 먹었다고 소문이라도 나면 인심 없다는 소리 들을 게 빤한 일이었다. 그래서 먹은 흔적을 깨끗이 없앴다고 하는데, 이 말은 너무 맛있어서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이 입안에서 녹였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 귀한 꿩을 산타놀이 끝에 먹었다. 연말에 예상치 않았던 쌀 후원을 받고, 우리 쉼터에 필요한 만큼만 남기고 이주노동자와 이주민, 쉼터 등 필요하다는 곳에 나눠주던 마지막 날이었다. 네팔 이주노동자쉼터에서 녹두로 만든 달과 함께 향신료 듬뿍 입힌 꿩 고기를 먹으며 눈 내린 들판을 헤매던 어릴 적을 생각했다. 


나는 꿩 고기보다는 만년필 끝에 꽂던 장끼 깃털에 관심이 많았다. 오늘은 꿩 고기보다 고기를 요리한 네팔 부부의 사연이 더 궁금했다. 두 살배기 아이는 네팔에 있다는데…. 그 아기도 엄마 아빠가 만들어 준 꿩 요리를 함께 먹을 수 있으면 좋을 텐데 하는 생각을 지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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