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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ince ko Dec 29. 2017

이주노동자 정책엔 삭풍만 분다

‘외국인 숙련기능 점수제 비자(E-7-4) 확대 시행

2017년이 곧 저문다. 정권이 바뀌고 해가 바뀌어도 이주노동자 정책은 나아지는 게 없다. 오히려 점점 더 구렁텅이로 쳐박히는 모양새다. 법무부는 27일 ‘외국인 숙련기능 점수제 비자(E-7-4)’ 제도를 내년 1월2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명분은 ‘뿌리산업·중소 제조업·농림축산어업처럼 인력난을 겪는 산업 분야에서 일할 외국인 숙련기능인력 확보를 지원’하기 위해서다.


E-7-4는 국내에서 고용허가제 비전문취업(E-9)·선원취업(E-10)·외국국적동포 방문취업(H-2) 비자 등을 가진 이주노동자가 자격요건을 갖추면 장기체류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노동자의 숙련도·한국어능력·경력을 평가해 점수화한 뒤 기준 점수를 충족하면 자격을 부여한다. 장기체류 비자를 받은 이주노동자는 2년마다 심사를 거쳐 체류를 연장할 수 있다.


이주노동자 체류자격을 노동관계부서가 아닌 법무부가 쥐락펴락하는 꼴도 우습거니와 E-7-4비자 시행 취지 자체에서 보듯, 이주노동자 인권이나 권익 개선은 안중에도 없다. 이 제도는 시범 실시 기간이었던 올해 300명보다 내년에 100+200명이 더 늘어나게 되고, 점점 그 규모가 확대될 것이 분명하다.


문제는 이 제도가 과거 산업연수제가 추구했던 기업 이익의 최대화를 수행하는 도구로만 전락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신청 자격 요건에서 체류 기간을 ‘4년 이상에서 5년 이상(최근 10년 이내 합법적으로 취업)’으로 상향 조정한 부분과 출입국관리법(4회 이상) 위반자를 배제토록 한 것은 ‘사업장 이동’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미등록 경험자에게 불이익을 주겠다는 의지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런 식이면 성실근로자로 재입국한 이주노동자가 우선순위일 수밖에 없고, 부득이한 사유로 근무처를 변경하거나, 근로개선을 목적으로 한 사업장 이동은 꿈도 꾸지 말라는 말이다. 또한, 시민단체 등의 요구와 달리 미등록자 사면 등에 대한 어떠한 논의도 없다고 법무부가 표명한 셈이다.


이래서야 정권 바뀌었다고 봄바람을 기대하긴 글렀다. 이주노동자 정책엔 삭풍만 분다. 이 겨울 삭풍이 그쳐도 봄바람 불지 않는다면 들녘에라도 촛불 켜야 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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