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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ince ko Jan 06. 2018

이주노동자가 쉼터에 온다는 건…….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의 근심과 그 가족의 근심과 함께 오기 때문에

“선생님, 남자 두 명 잘 수 있어요?”


두 명 잘 수 있냐고 물어온 남자는 쉼터에 있는 한 이주노동자의 오빠였다. 지금 쉼터엔 남자 여섯, 여자 다섯이 생활하고 있다. 그런데 오늘만 해도 남자 둘, 여자 둘이 쉼터에 들어올 수 있는지를 물었다. 먼저 들어온 사람들이 칼잠을 자는 불편을 감수하겠다고 양해해 주면 되겠지만 공간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 


처음 쉼터를 열었을 때는 마흔 명이 넘게 생활할 때가 예사였다. 그때는 지금 한국어교실과 예배실로 쓰고 있는 공간도 방으로 사용했다. 기름보일러를 사용하고 있을 때라 겨울이라 해도 추위를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난방비가 월 200만 원이 넘게 들고, 쌀은 동이 나기 일쑤고, 수시로 뭔가가 고장 나는 통에 손을 봐야 할 곳이 한두 곳이 아니라는 점만 빼고는 견딜만했다. 그러다가 낡은 보일러가 계속 터지는 바람에 전기 판넬로 바꾸면서 쉼터 거주 인원을 제한하기 시작했다. 전기 용량을 견디지 못하고 누전 차단기가 내려가는 일이 빈번했고, 누진세 때문에 전기 요금도 감당하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그렇더라도 이주노동자들이 교실과 베란다 등 쉼터 여기저기에 담요를 펼치는 걸 막을 방법이 없다. 문제는 여름에야 그렇다 치더라도 추운 겨울에는 바닥에 깔 매트도 없이 교실에서 자게 할 수는 없어서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겨울이 되면서 농업 분야로 입국한 이주노동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주로 캄보디아 사람들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 오는 사람들과 바뀌는 사람들에게 몇 가지 주의사항을 말하지만 알아듣지 못하는지 사건은 수시로 터진다. 온수 사용법을 몰라서 마냥 물을 틀어놓는 사람도 있고, 커피포트에 물이 넘치도록 채워서 물을 끓여놓고는 핸드폰에 코를 박고 식을 때까지 쳐다보지도 않는 사람도 있다. 음식물 쓰레기와 일반 쓰레기를 분리수거하는 건 기대하지도 말아야 한다.  이주노동자들에게 세탁기와 전구가 고장 나고, 가스가 떨어지는 일은 언제나 남의 일이고, 천정과 벽에 결로 때문에 곰팡이가 껴도 누구 하나 닦으려 들지 않는다. 이런 문제 하나하나를 말하려 들면 피차 피곤할 뿐이다. 저녁 시간을 내어 전체를 모아놓고 협조를 구하지만, 도통 알아먹지 못하는 모양이다. 불러 모은 사람만 꼰대가 되고, 시간 낭비한 꼴이 된다. 


정현종은 그의 시 ‘ 방문객’에서 “사람이 온다는 건 사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그렇다. 쉼터에 이주노동자가 오는 건 사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근심과 고향에 있는 가족의 근심과 함께 오기 때문이다. 실직으로 인한 상실감, 미래에 대한 두려움은 그가 짊어져야 할 삶의 무게와 책임감을 더욱 짓누르며 다른 사람과 주위를 돌아볼 여유를 앗아가 버린 상태에서 온다. 


그런 이주노동자들에게 마음이나마 편한 쉼터를 제공해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렇지 못할 바엔 차라리 집어치우는 게 낫다. 최소한 쉼터에선 근심은 쉼터 운영자의 몫이 되고, 이주노동자는 방문객이 아니라 주인이 되어야 한다. 쉼터 문을 닫지 않는 이상…….


방문객

           정현종 

사람이 온다는 건

사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 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낼 수 있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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