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의논할 일이 있나 싶었다. 퇴근 시간 미루는 게 무슨 대수인가, 기다리라면 기다려야지 하고 있는데, 잠시 후 전화를 했던 이와 그 친구들이 큰 상자 두 개를 들고 나타났다. 하나는 꽃사슴 가족 도기였고, 또 다른 하나는 떡이 들어 있었다.
상자를 내민 이들은 내 생일 선물이라고 했다. 생일 지난지가 벌써 열흘쯤 됐는데 괜히 생일 지났다고 말했다가 여러 사람에게 민폐 끼친다 싶었다. 이주노동자들이 선물이라며 내놓은 도기는 각각 큰 뿔과 작은 뿔 달린 꽃사슴과 애기 사슴이 꽃이 핀 바위에 올라 타 있는 모습이었다.
“크리스마스 가족이에요.”
“아, 산타 썰매를 끄는 사슴 가족이군요.”
“네~~”
뜬금없는 생일 선물이기도 했지만, 그 선물이 꽃사슴 가족이라 의아했다. 더불어 떡 상자에 든 내용물을 보고는 웃음이 절로 나왔다. 오색송편 한 편에 켜켜이 놓은 약과 때문이었다. 달짝지근한 대추야자를 책상 위에 두고 사는 내 취향에 딱 맞는 떡이었다.
돌도 아니요, 환갑, 칠순도 아닌데 생일 떡이라니. 선물을 준비한 이들은 한국 생활 중에 누군가의 돌잔치나 어르신 생신 자리에 초대받고 갔었는지 모른다. 그곳에서 생일 떡을 보았을 것이다.
한국 사람들은 생일에 떡보다 케이크가 더 익숙한 시대를 살고 있다는 걸 이주노동자들은 아는지 모르겠지만, 취향까지 맞춰가며 선물을 준비한 마음이 여간 고마운 게 아니었다. 예쁜 꽃사슴 가족 역시 어떤 의미인지 정확하지 않지만, 꿈과 행복을 나누는 상징쯤으로 여기고 준비했을 거라 보았다. 선물을 전하며 행복을 기원해 준 이주노동자들에게 얼떨결에 받아서 감사한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