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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ince ko Mar 16. 2017

옆구리는 김밥만 터지는 게 아니다

밥 먹었어! 반말이 싫지 않았던 이유


옆구리는 김밥만 터지는 게 아니다. 


“똑똑~” 아침 여덟 시부터 저녁 아홉 시까지 벽돌 공장에서 일한다는 윌슨이었다. 한 동안 얼굴 보기 힘들었던 그는 “Long Time No See, 밥 먹었어?"라고 인사하며 도넛이 든 상자를 쑥 내밀었다. 나이로 치면 연필 한 묶음도 더 되는 차이인데도 반말하는 모습이 싫지 않다. 

윌슨은 한국에 온 지 수 년이 지났지만, 특별히 기분 좋은 때와 상대방이 영어를 전혀 못할 때를 빼고는 한국어로 말하는 법이 없다. 무슨 기분 좋은 일이 있기에, 도넛까지 사 오면서 한국말로 인사했을까? 이유는 간단했다. 이혼 후 아내의 반대로 만날 수 없었던 아이들을 만날 희망에 부풀어 있기 때문이었다. 

오늘 오후, 법원에서 양측 변호사가 만난다고 한다. 윌슨은 면접교섭권 청구가 받아질 거라고 믿고 있었다. 그는 지금 일하는 곳에서 벽돌 제작 기술을 배워 귀국하면 조그마한 공장이라도 운영하고 싶다고 한다. 아이들을 만날 일과, 기술을 배운다고 생각하면 콘크리트를 섞는 힘든 일도 견딜만하다고 한다. 

일요일에도 일하는 통에 얼굴 보기 힘들었던 윌슨에게 새로 산 성경을 선물했다. 나는 그에게 영의 양식을, 그는 나에게 육의 양식을 나눈 셈이다. 아직 이른 점심인데, 옆구리 터질 일만 남았다. 그래~, 옆구리는 김밥만 터지는 게 아니다. 그래도 기분 좋은 일이다. 
그래도 기분 좋을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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