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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믿음과 상상 Feb 29. 2024

중국 소설 [인생]  

작가 : 위화

중국 소설 [인생]을 읽었다. 초반부는 꽤 지루한데 그것을 이겨내면 소설에 빨려 들어간다. 영화에 비유하자면 [포레스트 검프]나 [인생은 아름다워]와 비슷한 느낌이다.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읽은 다음 시가 떠오른다.



[남으로 창을 내겠소] 김상용


남으로 창을 내겠소

밭이 한참갈이

괭이로 파고

호미론 풀을 매지요.


구름이 꼬인다 갈 리 있소

새 노래는 공으로 들으랴오

강냉이가 익걸랑

함께 와 자셔도 좋소


왜 사냐건

웃지요


이 책은 중국의 근현대사를 사는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그 남자의 슬픈 이야기를 슬프지 않게 풀어냈다. 중국 국민당과 공산당이 있던 시절부터 전쟁, 문화 혁명을 거치는 기간 동안의 이야기이다.


주인공은 지주의 아들로 태어나 노름을 하다가 집까지 날려먹고 온 가족과 함께 소작농을 하며 살아가게 된다. 결국 그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힘든 삶에 하나둘씩 돌아가시고, 아내와 딸, 아들과 살아간다. 딸은 병에 걸려 소리를 못 듣고, 말을 못 한다. 아들은 병원에서 헌혈을 하다 너무 많은 피를 뽑아 어린 나이에 죽게 된다. 그리고 아내도 병에 걸려 죽는다. 딸은 출산을 하다가 죽는다. 결국 사위와 손자와 주인공만 살아가다가 사위마저 사고로 죽는다. 그리고 손자마저 죽는다. 주인공은 노인이 되어 늙은 소를 한 마리 사고 "왜 사냐건 웃지요"라는 자세로 하루 하루를 살아간다. 


이 책은 어떻게 보면 지배계급에 순응하는 무기력한 민중의 삶을 그린다. 내가 2~30대만 되었어도 많은 비판을 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 나이에 이르러서는 이 책의 기조가 마음에 든다.


"새옹지마"의 삶의 자세


그러나 아쉬운 부분도 있다. 작가는 자신이 의도한 바를 쓰기 위해 꼭 그렇게 다 죽여야만 했을까? 아들이 죽는 장면에서 감정 이입이 되어 매우 힘들었다. 거기서 멈춰도 충분히 이야기를 서술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작가는 아내, 딸, 사위, 손자까지 다 죽게 만든다. 꼭 그래야 할까? 오히려 다 죽으니 자연스럽지 않고 작위적이다. 모두 죽음으로 인해 소설에 몰입했다가 정신이 깬다. 너무 작위적이다. 소설도 이야기이므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고 현실적이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추천한다. 성공 포르노와 무한 경쟁 속에서 우리는 너무 정신없이 살아간다. 조금이라도 여유가 있으면 안 되는 것처럼, 남들처럼 돈을 많이 벌지 않으면 안 되는 것처럼, 무언가에 쫓기며 살아간다. 심지어 숨 가쁘게 자녀들을 들들 볶아 공부를 시킨다. 이런 현실에서 우리를 건져주고 조금의 여유를 가지도록 이 책은 만들어준다. 한 발 떨어져서 멀리 바라볼 여유를 준다. 


이 책은 이렇게 얘기한다.


너무 잘 살려고 애쓰지 마라! 대충 살아라. 아등바등 살지 마라. 


나에게는 힐링과 위안이 된 책이다. 그리고 내 삶을 다시 돌아볼 기회를 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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