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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대통령의 수능 지시를 보고

지금이 6월인데 지시하기에는 너무 늦지 않았을까요?

97년도부터 아이들을 가르쳐오면서 많은 수능을 만났다.


과거 수능을 보면 일정한 시기씩 출제기조가 바뀌었다. 어려웠던 수능도 있었고, 쉬웠던 수능도 있었다.


박근혜 정권 시절 대부분의 문제가 쉽고 2~3개가 과도하게 어려운, 이른바 킬러 문제가 등장하는 수능이 탄생했다. 이 시기는 역설적으로 수학 못하는 아이들이 성적 올리기가 쉬웠다. 킬러문제는 버리고 대부분 쉽게 내는 문제만 아이들에게 공략시켜서 2~3등급 맞는 전략을 취하다 보니, 수포자도 1년 만에 점수가 오르곤 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 과도하게 어려운 킬러 문제를 극상위권도 풀기 힘들었다는 것이다. 도저히 인간이 풀기 힘든 난도여서 극상위권 아이들은 28문제를 40분에 풀고, 나머지 2문제를 60분 동안 해결하는 연습을 해야만 했다. 너무나 기형적인 수능의 형태였다.


그 이후 문재인 정권시절부터 수능은 차츰 변화해 간다. 과도한 킬러문제가 쉬워지고, 나머지 문제가 조금씩 어려워진다. 그러다 문이과 통합으로 바뀌면서 확실하게 킬러문제가 쉬워지고 다른 문제들이 많이 어려워지는 수능으로 바뀌었다. 극상위권은 쉽게 만점을 받았지만 중하위권은 넘보기 어려운 수능이 된 것이다.


등급컷도 킬러형 수능 시절에는 96 1등급, 92 2등급, 84 3등급 이런 구조였다면, 지금은 90 1등급, 80 2등급, 70 3등급 이런 구조이다. 등급 간 원점수 차이가 2~3문제 정도는 되는 형태다.


현재 수능은 중상 난도가 많아 극상위권만 유리한 구조이다. 극상위권만 빠른 시간 안에 중상 난도를 다 풀고 100점을 받고, 최상위권만 해도 못 푸는 문제가 수두룩 하다.


이번 6월 평가원 논란에 윤대통령이 교육과정대로 내면서 변별력 유지하라는 지시를 했다.

이번 6평이 어렵고 논란이 있는 문제가 출제되기도 했다.

그러나 문제는 시기다.

수능이 4개월 정도 남짓한 이 시기에

아이들은 기존 기조의 수능에 맞춰서 공부를 해왔는데


내년 총선을 생각해서 급하게 지시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수험생들은 늦어도 고1부터 지금 기조에 맞춰서 수학 공부를 해왔다. 기조를 바꾸려면 최소 중학생들 대상으로 해야 맞지 않을까? 갑자기 이 시기에라는 의문이 꼬리를 문다


아마 내 예상에 대통령의 지시대로 수능이 나오면 등급컷이 대폭 올라갈 것이다. 이른바 물수능

1등급이 100-96. 2등급이 96-92, 3등급이 92-88로 한 문제로 차이로 등급이 갈릴 가능성이 높다.

킬러 문제 2~3개 나오고 대부분이 중하난이도가 될 걸로 예측한다. 예전 박근혜 정권 때 수능 스타일로의 회귀


물수능에서는 아이들이 실수 때문에 수능을 못 봤다고 생각해서 억울해서 재수를 많이 한다. 반면 불수능에서는 아이들이 실력이 부족해 수능을 못 봤다고 생각해서 실력을 더 쌓으려고 재수를 많이 한다.

사실 아이들을 지도하는 입장에서 수능 기조는 어떻게 돼도 상관이 없다. 단, 미리 고지를 해야 한다. 왜냐하면 지금까지의 방향성대로 아이들을 지도했는데 다른 방향성으로 회기 해버리면 아이들에게는 무조건 손해이기 때문이다.


만약 물수능 기조란 걸 미리 알았다면 아이들은 수학에 많은 투자를 하지 않고, 다른 과목에 적당히 투자하면서 균형 잡히게 공부를 했을 수도 있다.


어쨌든 대통령 지시대로 수능 출제 방향이 바뀐다면 올해 중하위권에는 희망이 생긴다.

4~5등급은 3등급으로, 3등급은 1등급으로 역전의 가능성이 생긴다.

그러나 이런 역전이 바람직한지는 모르겠다.


꾸준히 노력한 사람이 점수를 잘 받는 것이 공정한지, 아니면 문제가 쉬워 운 좋게 실수 안 하고 찍어서 맞은 사람이 점수를 잘 받는 것이 공정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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