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수능 수학 예측
문재인 정권부터 차츰 시작한 킬러가 사라지고 준킬러가 늘어나는 수능의 형태는 문이과 통합 첫 수능에서 정점을 이룬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최상위권들에게는 준킬러가 늘어나는 수능이 너무 쉬웠던 것이었다. 만점자가 매우 많이 나와 의대 정원을 초과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문이과 통합 수능 첫 해는 불수능이라고 불리며 많은 수험생들이 매우 어려워했음에도 불구하고, 최상위권에게는 쉬운 수능이었다. 왜냐하면 킬러문제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전 박근혜 정권 시절 수능인 대부분 쉽고 킬러 몇 개 나오는 수능 시험은 마치 이것과 비슷하다.
학교 내신에서 대부분 쉽게 내어 교과서만 본 아이들도 80점 이상을 받는다. 그런데 2문제가 과도하게 어려워 100점 받는 학생이 전교에 1명 있을까? 말까? 하다. 이렇게 되면 공부를 별로 안 하는 아이나 적당히 하는 아이들은 80점대로 수렴해서 실수 싸움이나 찍기 싸움이 되고, 공부를 열심히 하는 상위권이나 심화까지 공부한 최상위권들은 똑같이 2문제를 못 풀어 90점대로 수렴한다. 운 좋게 주관식도 찍어서 맞는 아이가 생겨 100점을 받기도 한다. 이런 식의 시험은 학생들 간 점수의 간격이 좁아 불합리하다. 더 열심히 한 아이들이 오히려 점수가 낮을 수도 있다. 나는 이런 방식을 반대한다. 이 방식이 박근혜 정부 시절의 수능 출제 방식이었고, 이때 재수종합반에서 수학 못하는 아이들 점수를 1년 만에 많이 올려주었다. 이때가 학원의 입장에서는 좋았던 시절이다. 못하는 아이들은 정형화된 빈출유형만 연습시켜 80점을 받게 하고, 최상위권들은 킬러 문제 수업을 듣게 해서 11월 수능 직전까지 학원을 다니게 했으니.....
그리고 이때 유행한 학습법이 회독이다. 워낙 빈출유형이 많이 출제되다 보니, 자이스토리 6 회독하면 수능 2등급은 보장이라는 말이 나왔고, 아이들은 수학인지 암기인지 헷갈릴 정도로 회독을 많이 했다.
그 이후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고자 수능은 킬러를 줄이고 준킬러를 늘리는 방향으로 변화된다. 그런데 이 방식은 준킬러 자체를 중하위권이나 상위권들이 손을 못 데게 해서 오히려 대중적으로는 불수능에 가깝다. 최상위권에겐 쉬운 수능이지만, 나머지에게는 어려운 수능이다. 애시당초 나머지 학생들은 킬러든 준킬러든 풀 능력이 없었다. 그 아이들에게는 준킬러가 적어지고, 킬러 몇 개 가지고 변별력을 만드는 수능이 더 유리한 구조였던 것이다. 이 형태의 문제점이 만점자를 너무 많이 만든다는 것이었다. 최상위권 아이들이 킬러에 적응하며 공부하다 보니 준킬러 정도는 그들에게 껌이었던 것이다. 평가원은 자칫 잘못하다가는 100점을 받아도 1등급을 못 받고 2등급을 받는 현상이 벌어질 것을 두려워했을 것이다. 100점이 4%를 넘어가면 모두 2등급이 된다. 그래서 고육지책으로 그다음 해부터 준킬러 문항의 난도를 점점 높여 킬러를 만들었다. 그러다가 이번 6월 평가원에서 사단이 터졌다.
그렇다면 올해 수능은 어떻게 갈 것인가? 정부에서 확실한 메시지를 던졌다. 킬러를 없애고 교육과정외 문제를 배제하겠다고....
그렇다면 문이과 통합 첫해와 같은 구조로 간다는 것이다. 여기서 변별력을 확보하는 방법은 준킬러를 늘려 시간이 모자라는 수능을 만드는 방법밖에 없다. 이런 방식은 실제 등급제 수능이 나오기 전에 많이 출제됐던 방식이고, 일반고 중에 과학중점 학교나 이과형 자사고에서 내신으로 많이 출제하는 방식이다. 즉, 아주 과도하게 어려운 문제는 없는데 시간이 모자라서 다 못 푸는 상태이다.
이런 상태를 만들기 위해서는 문제 난도를 낮추면서 신유형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 즉, 어렵지는 않지만 익숙하지 않아 오랫동안 생각해서 풀어야 하는 문제들이다.
결국 올해 수능은 빈출유형은 사라지고, 준킬러가 늘어나고, 신유형이 늘어나는 형태일 것이다. 이런 수능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암기식 복습과 오답 정리로는 부족하다. 새롭고 낯선 문제들에 매번 도전하면서 배운 개념을 빠르게 적용하는 연습으로 극복가능하다. 앞으로 수험생들은 기출이나 EBS교재를 여러 번 회독하면서 암기식으로 공부하는 방법보다는, 기본 정석 같은 개념서로 개념을 확실히 잡은 상태에서 계속 낯설고 좋은 문제들을 공급받아 연습해야 한다. 난도는 높지 않지만 아이들이 매번 생각해서 풀어야 할 준킬러 좋은 문제들을 결국 사교육에서 제공하지 않을까?
어쨌든 나는 정부의 방침을 지지한다. 왜냐하면 킬러가 사라지고 준킬러가 늘어나면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경시 수준의 수학 공부까지는 할 필요가 없어지게 된다. 수학을 좋아하는 아이들만 경시를 하면 된다. 그리고 빈출유형보다 신유형과 낯선 유형이 늘어나면 암기식 양치기 공부 방식이 사라지고, 수학의 본질에 가까운 적은 문제라도 매번 생각해서 푸는, 문제 해결력과 수학적 사고력을 높이는 공부 방식이 자리 잡을 것이다.
사교육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수능 기조 바꾸는 것으로는 불가능하다. 지금 의대 쏠림이 모든 것을 대변하고 있다. 사교육을 없애는 유일한 방법은 직업들 사이의 임금 격차를 좁히는 방법밖에 없다. 의사가 돼도 돈을 많이 못 벌면 정말 의사가 되고 싶은 사람만 의대에 갈 것 아닌가? 우수 인재들이 수학이나 과학을 공부하려면 이공계 직업도 충분한 보상이 따라와야 한다. 아울러 어렸을 때부터 사교육을 없애기 위해서는 특성화고만 나와도 어느 정도 안정적인 직업과 급여가 형성되는 사회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자본주의 계층 간 불평등이 존재하고 직업 간 급여 차이와 정년의 보장이 이렇게 큰 사회에서 어느 부모가 자식 교육에 투자를 안 할 것인가? 근본적인 원인의 해결 없이 교육 정책만 바꾸면, 사교육을 원하는 수요는 사라지지 않는다. 당장 고대 논술이 내년에 부활한다고 한다. 학생부와 수능이 변별력을 상실하면 대학은 나름 우수 인재를 확보하고자 방법을 고안할 것이다.
대치동에서 요즘 연락이 온다. 고대 논술 부활로 논술시장이 커질 테니 준비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