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versity

17화 : 익준 이야기

by 류승재 Faith and Imagination

중학교를 전교 1등으로 졸업한 나는, 전교 1등만이 갈 수 있다는 자사고에 합격했다. 아버지는 내가 공부를 잘하자 의사가 되라고 했다. 의사가 되면 돈도 잘 벌고 사람 목숨도 살릴 수 있어서 하나님의 은혜에 보답하는 길이라고 했다. 그러나 고등학교에서 공부하는 것은 만만치 않았다. 모두 다 공부를 잘했다. 난 여기서 그냥 평범한 한 학생이었을 뿐이다. 친구들은 집도 부자였다. 어쨌든 난 중학교때와 같이 질 안 좋은 일진들을 만날 염려가 없었다. 뭔가 내 신분이 상승하는 느낌이 들었다. 난 그들과 경쟁하며 열심히 공부했다. 결국 난 아버지가 원하는 서울대 의대에 합격했다. 아버지는 너무 기뻐하셨고 교회 예배 중에 나를 단상 앞으로 불러서 교인들에게 자랑했다.


“성도님들이 도와주신 덕분에 제 아들이 하나님의 은총을 받아 서울대 의대에 합격했습니다.”

성도들은 박수를 쳐줬고 아버지는 감사 기도를 올렸다. 그리고 성가대가 감사 찬송을 불러줬다. 성가대 반주자는 우리 교회에 감사 헌금을 많이 내는 돈 많은 부자의 딸이었다. 그 애는 중학교 때부터 성가대 반주자를 하고 있었다. 그 애는 하얀색 드레스를 입고 천사와 같이 연주를 하곤 했다. 난 멀리서 예배를 드리며 그 애를 보기는 했지만 말을 걸거나 하지는 않았다. 나와는 신분이 완전 다른 아이라고 생각했다. 나 같은 놈이 넘보기 힘들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는 가능할지도 모른다. 난 서울대 의대에 합격했으니까.

난 자유를 원했다. 아버지를 졸라 학교 가까운 곳에서 자취를 시켜달라고 부탁했다. 아버지는 오피스텔을 얻어주셨고 생활비는 고액 과외를 통해 내가 벌었다. 드디어 나는 자유인이 되었다. 일요일에만 아버지 교회를 가면 됐다. 대학 생활은 뭐 그럭저럭 할 만했다. 공부할 것은 많았지만 그거야 중고등학교 때부터 해왔던 것이었고, 나에겐 서울대 의대라는 권력이 생겼다. 이제 나는 더 이상 일진들의 성기나 빨던 찐다가 아니었다. 서울대 의대라고 하면 고액 과외도 잘 들어왔고, 여자들도 사족을 못 썼다.

입학하고 몇 달이 지나 우리 과 남학생들과 함께 단체 미팅을 나가게 됐다. 상대 여성들은 콧대 높은 모여대 학생들이었다. 확실히 여대라 그런지 옷도 세련됐고 얼굴도 예뻤다. 우리는 적당한 방식으로 파트너를 정하고 서로 흩어졌다. 내 파트너는 혜정이라는 얘였다. 노란 미니스커트에 상의는 단추 달린 흰 블라우스를 입고 있었다. 블라우스에 가려있지만 한눈에 가슴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난 첫 미팅이라 긴장을 했다. 사실 여자를 일대일로 만나고 대화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혜정이는 뭐가 좋은지 계속 하얀 이빨을 드러내고 웃어댔다. 난 밝은 혜정이가 좋았다.


“이름이 익준이라고 했니? 우리 어디 갈까?”

“글세 방금 커피는 마셨으니 뭐 하지? 밥 먹으러 갈래?”

“난, 배 안 고픈데.”

“그럼 술 마실까?”

“아직 낮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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