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에서 한 남자의 영상을 봤다.
뇌종양. 시한부 1년.
그는 담담했지만, 그 눈빛엔 세상의 모든 빛이 담겨 있었다.
그걸 본 순간, 문득 나 자신에게 물었다.
만약 내게도 1년밖에 남지 않았다면, 나는 어떻게 살까?
가장 먼저 떠오른 건 가족이었다.
남겨질 사람들. 그들의 생존. 그것만이 전부였다.
아내가 혼자서도 버틸 수 있도록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신도시에 학원을 차려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돕거나, 내가 하던 비대면 수업을 대신할 수 있게 가르쳐주거나, 아니면 아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안정적인 수익이 나게 도와야 한다.
내가 사라져도 돌아가는 삶의 틀.
그게 내가 떠나기 전 해야 할 일이다.
그다음엔 버리는 일이다.
죽음을 생각하니, 내가 쌓아온 것들이 다 우스워진다.
자전거, 운동화, 책, 전자기기들.
살 때는 ‘내 삶의 일부’였는데, 죽음을 기준으로 보니 그냥 짐이다.
그걸 다 팔아서 가족에게 돈으로 남기고 싶다.
소유는 무게고, 떠나려면 가벼워야 한다.
그리고 마음의 빚.
평생 쌓인 미안함들이 있다.
연락하지 못했던 사람들, 상처 준 사람들.
그들에게 가서 말하고 싶다.
“미안했어.”
그 한마디로 남은 인생의 짐이 사라질 것이다.
가족에게는 꼭 말하고 싶다.
“사랑해.”
그 말을 너무 늦게 배웠다.
늘 책임과 의무 뒤에 숨어서, 사랑을 표현하지 못했다.
이제는 다 내려놓고, 아이들과 함께 밥을 먹고, 웃고, 걷고 싶다.
그 단순한 시간 속에서 진짜 삶을 느끼고 싶다.
그리고 마지막엔 혼자 떠날 것이다.
캠핑을 하고, 불을 피우고, 노을을 본다. 그곳에서 글을 쓸 것이다.
내 삶이 녹아 있는 소설을. 사랑, 후회, 깨달음, 용서.
그 모든 걸 한 줄로 남기고 싶다.
유튜브에도 진심을 남길 것이다.
‘특별한 이야기1’, ‘특별한 이야기2’ …
사람들은 내가 떠난 뒤에야 그 숫자의 의미를 알겠지.
그때쯤이면 내 목소리는 사라졌겠지만, 내 진심은 영상 속에서 여전히 살아 있을 것이다.
죽음을 생각하면 이상하게 평화롭다. 그리고 모든 것이 사랑스럽다.
그 미웠던 사람들에게조차 사랑이 샘솟는다. 모든 게 단순해지고, 선명해진다.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귀한지 알게 된다.
아마도, 죽음을 직면하는 순간이야말로 가장 살아 있는 순간일 것이다.
남은 1년을 그렇게 살고 싶다.
가볍게, 진심으로, 뜨겁게, 사랑하면서.
그리고 마지막엔 내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남을 신경 쓰지 말고, 너만 생각하며 살라고. 너를 사랑하고, 너만을 위해 살라고.
그렇게 살다 보면 가슴속이 사랑으로 충만해져, 남도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다고.
돈 걱정, 성공, 남의 시선. 그런 건 다 부질없다.
정말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가슴 뛰고 설레는 것만 하면서 살아보라고.
아빠는 비보이 춤을 볼 때마다 가슴이 뛰었지만, 용기가 없어서 하지 못했다고.
그러니 너희는 그렇게 살지 말라고.
하고 싶은 것들을, 꼭 하면서 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