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아내가 장롱을 헤집는다.
막내의 노란 잠바를 찾으며
날씨가 변했다 한다.
그 말에
가을잠바를 꺼내 입고
강아지와 함께
공원으로 나섰다.
단풍이 발밑에서 부서지고
바람은 낯설 만큼 차다.
가을이 사라졌다.
얇은 천 한 겹으론
냉기를 막을 수 없다.
내가 어릴 때 있었던 가을,
햇살은 느렸고
하늘은 깊었다.
그 느림이 사라졌다.
인간이 만든 세상,
인간이 망친 자연.
모든 게 서두른다.
바람도, 계절도, 나도.
걸음을 멈추며
생각한다.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대답 대신
낙엽 하나가
허공에서 천천히 돌아 떨어진다.
가을이
정말로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