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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인 관계에서 거리를 두는 법

어느 나르시시트에게

사람 사이의 거리는 늘 어렵다. 가까워지고 싶다가도, 어느 순간 그 거리가 부담이 된다.
진심을 내밀었다가 상처를 받으면, 그다음부터는 조심스러워진다. 그래서 때로는, 마음을 거두는 게 사랑의 또 다른 형태가 되기도 한다.


나는 얼마 전 한 후배와의 일로 그런 걸 배웠다.
그는 늘 자신을 과장했다. 없는 걸 있는 듯 말하고, 잘난 척을 했다.
처음엔 그냥 귀엽게 봤다. 젊은 사람의 허세쯤으로 넘겼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그 거짓이 멈추지 않자, 마음이 점점 멀어졌다.

나중에는 그가 하는 말 하나하나가 불편했다.
그가 웃으면 억지로 웃는 것 같았고, 함께 있는 자리에서도 묘한 피로감이 쌓였다.


내가 그에게 실망한 건, 그가 거짓말을 해서가 아니다.
진심을 주는 사람의 마음을 가볍게 여겼기 때문이다.


그 일을 겪으며 나는 깨달았다.
사람은 누구나 불안을 감추기 위해 가면을 쓴다. 그 가면은 자신을 보호하려는 몸부림이기도 하다.
그걸 이제야 이해하게 되었다. 이해한다고 해서, 다시 가까워지는 건 아니다.

다만 그를 미워하지 않게 되었을 뿐이다.


이제는 그저,
“그 사람은 그런 방식으로 자신을 지키는구나” 하고 흘려보낸다.


내 안의 분노와 실망이 잦아들자, 조용한 평화가 찾아왔다.


진심은 언제나 통하는 게 아니었다.
때로는 거리가 진심을 지켜주는 일도 있다.
이제 나는, 내 마음을 잃지 않기 위해 거리를 두는 법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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