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만든 세상 2부(1)

시헌의 현실(1)

by 류승재 Faith and Imagination

시헌이 태어난 집은 늘 눅눅한 흙냄새가 났다. 비가 오면 벽지가 들뜨고, 장판 아래에선 곰팡이가 자랐다.
밤마다 아버지의 발소리가 들리면 가족들은 숨을 죽였다.

술 냄새와 함께 들어온 그는 욕설을 퍼부었고, 어머니는 아무 말 없이 그 욕을 맞았다.
그때마다 시헌은 어머니의 손을 꼭 쥐었다. 그 손은 떨렸지만, 그 안엔 세상의 마지막 온기가 있었다.


그 시절, 시헌에게 세상은 불공평했고, 삶은 견디는 것이었다. 학교에서 선생이 “노력하면 뭐든 할 수 있다”고 말할 때, 시헌은 속으로 비웃었다. 노력이 밥이 되는 것도, 폭력을 막아주는 것도 아니었다.


그에겐 ‘세상의 법칙’이 따로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운이 좋거나, 힘이 있거나, 아니면 신에게 선택받은 사람들.
그들만이 웃을 수 있었다.



고등학교에 들어가서도 세상은 달라지지 않았다. 시헌은 매일 밤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새벽 네 시에 집으로 돌아오면, 책상 위엔 어머니의 약봉지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당뇨, 고혈압, 불면.
그 병명들은 어머니의 이름처럼 익숙했다.


그는 늘 부족했다. 시간도, 돈도, 사랑도.
그 결핍이 그의 몸 안에서 하나의 진동처럼 울렸다. 어떤 날은 그 진동이 너무 커서 견디기 힘들었다.
가슴이 답답하고, 세상이 좁아지고, 숨이 막히는 듯한 느낌.

그는 밤마다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작게 중얼거렸다.


“왜 나만 이래야 해?”


그 질문은 아무에게도 닿지 않았다. 하지만 그 질문이야말로 신의 진동이 다시 깨어나는 첫 파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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