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숫자보다, 몸이 기억하는 감각에 대한 기록
며칠간 대차로 받은 포르쉐 마칸 전기차를 몰았다. 처음 탔을 때 들었던 생각은 단순했다.
“주행 성능을 빼면 iX50이 훨씬 낫다.”
실내 공간, 마감, 옵션, 디지털 인터페이스, 운전 편의…
거의 모든 항목에서 iX50이 압도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칸에는 분명히 ‘포르쉐다’ 싶은 순간이 있었다.
이 글은 그 장점과 한계를 솔직하게 정리한 시승기다.
마칸의 코너링은 정말 훌륭하다. 스포츠 플러스 모드로 달리면 차체가 눌리며 시속 100km 코너도 무리 없이 돌아간다. iX50은 차체 크기와 무게 때문에 급코너에서는 조금 불안해서 속도를 줄이게 되는데, 마칸은 그 지점을 과감하게 넘어선다.
브레이크 성능도 인상적이다. 페달을 밟는 순간 속도가 ‘정확히’ 줄어드는 느낌.
전기차 특유의 인위적인 감각 없이 고급 스포츠카처럼 깔끔하게 멈춘다. 이 부분만큼은 포르쉐의 유산이 그대로 남아 있다.
승차감은 iX50과 비슷하다. 둘 다 고급스럽고 편안하다. 다만 마칸은 모드 변화에 따른 차이가 분명하다.
스포츠 플러스: 단단하고 낮은 차체감. EV9 GT와 유사한 느낌
컴포트: iX50과 거의 비슷한 부드러움
마칸이 안정적인 이유는 명확하다. 에어서스펜션이 있다. 노면 충격이 자연스럽게 걸러지고, 고속에서도 차체가 흔들리지 않는다.
기대와 다르게 가속은 iX50보다 느리고 답답하다. 스포츠 플러스 모드에서도 초기 반응이 굼뜨다.
포르쉐라는 이름 때문에 폭발적인 토크를 상상했는데, 실제 느낌은 상당히 보수적이다.
마칸은 가속보다 코너링 중심으로 세팅된 전기 스포츠 SUV에 가깝다.
마칸의 실내는 솔직히 말해 실망이었다. 포르쉐라는 이름에서 기대하는 고급스러움이 거의 없다.
대시보드 구성, 버튼 배열, 화면 UI, 인터페이스는 2025년에 출시된 전기차가 아니라 2000년대 초반 프리미엄 SUV에 가까운 느낌이다.
소재는 평범하다
레이아웃은 오래된 디자인 같다
디지털 UI는 투박하고 직관적이지 않다
공간은 매우 좁다
“미래지향적인 전기차의 감성”이 전혀 없다
iX50의 실내를 보고 있다가 마칸에 앉으면 한 세대가 아니라 두 세대 정도 뒤로 돌아간 느낌이 든다.
포르쉐는 ‘드라이빙의 브랜드’지 ‘실내의 브랜드’가 아니라는 것을 다시 확인한 순간이었다.
반자율 주행, 계기판 구성, 인포테인먼트 완성도는 BMW와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로 차이가 난다.
특히 iX50의 반자율 주행 시스템이 너무 잘 되어 있는데 반해, 마칸은 아예 반자율 주행이 안된다.
그래도 한 가지는 최고다.
후방 카메라 시인성. 정확하고 선명하다. 차를 후진하다 실수할 여지가 거의 없다.
정리하자면 이렇다. 마칸 EV는 “운전 재미”에 집중한 차다. 코너링과 브레이크 감각은 확실히 뛰어나다.
혼자 달리고 싶을 때 만족감을 주는 차다.
반면 iX50은 차량 전체의 품격을 끌어올리는 차다.
공간, 정숙성, 옵션, 기술, 승차감, 실내 품질…
모든 항목에서 마칸을 확실하게 앞선다.
둘은 목적이 다르다.
마칸은 주행 감각 중심의 드라이버를 위한 차, iX50은 삶 전체를 담아내는 전기 SUV다.
만약 선택한다면 내 기준에서는 iX50이 다시 정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