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그림자가 거대한 때가 있었어.
그는 젊고 힘이 셌고, 키가 컸어.
나와 누나는 그의 그림자 안에 쏙 들어갔지.
그는 가끔 자전거에
나와 누나를 싣고
위험하게 도로를 달렸어.
차들이 빠르게 지나가는 도로를
아주 빠르게 내달렸어.
그때 나와 누나는 신나게 소리를 질렀지.
그는 슈퍼맨이었어.
나이가 들어 그의 그림자는 작아졌고
내 그림자는 커 갔어.
점점 그는 패기 넘치던 슈퍼맨에서
비굴한 어른이 되어 갔어.
세상의 눈치를 살피고,
높은 자에게 굽실대고.
그는 슈퍼맨에서
인간이 되어 갔어.
어느덧 내 그림자가
그의 그림자를 덮게 됐어.
이제 그는 비굴한 어른이 아니야.
약해 빠지고 눈치만 보는 노인이야.
마지막 남은 자기의 것을
악착같이 지켜 내는.
그가 지키려던 건 뭘까?
나를 못 믿어서였을까?
아니면 그것이
마지막 남은 슈퍼맨의 원천이었을까?
끝까지 그것을 지키다
그는 죽었어.
너무나 바라던 그의 죽음이었지만
그가 죽고 나자
내가 슈퍼맨이 되어야 했어.
지금 나도
마지막 남은 슈퍼맨의 원천을
가슴에 품고 살아.
이것만은
지켜야 한다는 걸
이제 알아.
그것은
그것은
남이 아닌
내가 되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