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심화 테스트를 보지 않기로 했을까?
수업을 하다 보면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이것입니다.
“왜 아이가 개념까지는 잘 따라오는데, 심화로 가면 갑자기 힘들어하나요?”
이 질문에는 구조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저희가 사용하는 개념 교재인 체크체크 중학 수학은 비교적 쉬운 개념서에 속합니다. 유형 연습용으로 사용하는 쎈 B단계는 알피엠과 비슷한 난도이지만, 기초 문제가 제거되어 있어 개념서에서 이미 연습한 내용을 반복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문제는 그다음 단계, 심화 교재입니다.
대표적인 심화 교재인 블랙라벨은 쎈 B와 난도가 거의 겹치지 않습니다. 즉, 학생 입장에서는 “조금 더 어려워졌다”가 아니라 “갑자기 다른 세계로 넘어간 느낌”을 받게 됩니다.
사실 가장 이상적인 커리큘럼은 난도가 1/2 혹은 2/3 정도 겹치는 교재를 사용해 조금씩 난도를 올려가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면 이런 흐름입니다.
개념(하): 체크체크 + 쎈 B
개념(중): 개념원리 + 쎈
개념(상): 개념+유형 파워편 + 일품
심화(하): 일품
심화(중): 블랙라벨
심화(상): A급 수학
이렇게 가면 학생의 체감 난도는 훨씬 부드럽습니다. 다만 현실적으로 시간과 운영의 제약 속에서 현재는 난도가 겹치지 않되 군더더기 없는 교재 구성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향후 여유가 생긴다면, 난도를 더 촘촘히 나눈 커리큘럼을 구성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할 것입니다.
처음에는 심화 수업 전 입학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수업을 운영하며 분명한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테스트 점수는 심화 완주 여부를 전혀 예측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입학 테스트에서 20점을 받은 학생이 끝까지 완주하는 경우도 있었고, 50점을 받은 학생이 중간에 포기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대면 수업에서는 학생 수준이 맞지 않으면 질문이 과도하게 많아지거나 진도를 따라오지 못해 수업 자체가 흔들리는 문제가 생깁니다. 그래서 학원에서는 심화 대상을 엄격히 선별할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 비대면 수업은 구조가 다릅니다.
진도가 느려도 일정 조절이 가능하고
강의를 반복해서 들을 수 있으며
본인 속도로 문제를 충분히 고민할 시간이 주어집니다
수강 기간 외에도 추가 복습 기간이 있어 개념서·유형서를 다시 보고 심화에 재도전할 수 있습니다 이 환경은 자기 주도성이 있는 학생에게는 오히려 장점이 됩니다. 실제로 완주한 학생들 중에는 처음엔 평범하거나 부족해 보였지만 개념과 유형을 반복 복습하며 끝까지 버텨낸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또 하나의 이유는 입학 테스트가 학생에게 불필요한 낙인을 찍는 효과를 막기 위함입니다. 심화를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실력이 아니라, 대부분 중간에 포기하기 때문입니다.
심화를 극복하는 과정은 사실 아주 단순합니다.
개념서와 유형서로 다시 돌아가 복습한다
다시 문제에 도전한다
그래도 막히면 힌트를 받는다
그래도 안 되면 풀이를 보고, 풀이를 분석하고, 오답을 반복한다
특별한 비법은 없습니다. 심화를 해낸 학생들은 모두 이 과정을 수없이 반복했을 뿐입니다. 차이는 단 하나입니다. 이 과정을 끝까지 수행했느냐, 중간에 멈췄느냐입니다.
심화는 재능을 가르는 시험이 아닙니다. 포기하지 않고 돌아갈 줄 아는 힘을 기르는 과정입니다.
입학 테스트를 보지 않는 이유도, 난도가 갑자기 높아지는 이유도, 결국은 한 가지 질문으로 귀결됩니다.
“이 아이가 끝까지 버틸 수 있는 구조인가?”
저희는 그 질문에 비대면이라는 방식으로 하나의 답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