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믿음과 상상 Aug 07. 2023

대성집 해장국의 추억

어머니 대성집을 다시 방문하며

우연히 성시경의 [먹을 텐데]를 보게 됐다. 

https://youtu.be/28pXe1a9yrA


대학시절 가끔 갔던 대성집이 나왔다. 지금은 상호명을 [어머니 대성집]으로 바꾼 듯하다. 대성집을 자주가지 않았던 이유는 첫 번째가 대학교에서 꽤 거리가 멀었다는 점과 가격이 대학생이 먹기에는 비쌌다는 점이다.  그 당시 학교 주변 해장국은 2500원이었으나, 대성집 해장국은 거의 5천 원에 육박했던 것 같다. 


나의 대학시절은 선후배들과 신나게 술을 먹고 유희를 즐기는 것으로 얼룩졌다. 물론 놀기만 한 것은 아니고 봉사활동 동아리에 가입해서 활동도 열심히 했다. 술을 먹는 날이면 우리는 술집에서 1,2차를 마치고 보통 학생회관이나 동아리방에 와서 3차를 먹곤 했다. 편의점에서 산 술과 컵라면과 과자 안주로 먹는 3차였다. 새벽까지 술을 먹고 기타를 튕기며 노래를 부르고 집이 먼 친구들은 학생회관이나 동아리방에서 잠을 자곤 했다. 다음날 일어나면 함께 술을 먹은 친구들과 학생회관을 뒤져 빈병을 수집했다. 그리고 이것을 모아 슈퍼에 팔아 간신히 2500원을 만들어 학교 앞 해장국을 먹으며 해장했다. 


그런데 아주 가끔 선배 중에 과외 월급을 받은 선배가 동아리방을 방문하는 경우가 있었다. 선배들은 자고 있는 우리들을 깨우고 호기 있게 따라오라고 했다. 그리고 학교에서 좀 멀리 떨어진 대성집에 데려갔다. 그래서 먹게 된 해장국이 대성국 해장국이다. 그 당시 기억으로는 뭔가 건더기가 굉장히 많이 들어있었던 맛이었다. 비위가 약한 친구는 잘 먹지 못했고, 나도 먹고 나면 바로 배탈이 나서 화장실을 가곤 했다. 그래도 우리는 고급 음식이라고 대성집에 데려가는 선배가 있으면 기쁘게 따라갔다.


그런 후배 시절을 거쳐 군대를 갔다 오고 나는 복학생 선배가 됐다. 군대를 통해 새롭게 개조된 나는 새벽 일찍 학교로 향한다.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고, 바람을 쐬며 동아리방에 가본다. 해가 뜬 지 한참 지났는데도 쾌쾌한 동아리방 냄새와 함께 후배들이 쇼파에서 자고 있다. 탁자에는 빈병들과 컵라면 먹다 남은 것, 담배꽁초가 가득 들은 종이컵이 보인다. 나는 문을 활짝 열어 환기를 시키고, 술이 덜 깬 후배들을 깨워 대성집으로 데리고 간다. 고대는 선배가 항상 후배들 밥과 술을 사주는 문화가 있어서 특별히 돈이 필요하지 않아도 후배들 밥과 술을 사주기 위해 대부분의 선배들은 과외를 하곤 했다. 그 당시 나는 알바로 과외에 학원강사까지 하며 꽤 많은 돈을 벌고 있었고, 심지어 중고차도 형님한테 받아 차까지 운전하는 돈 많은 선배였다. 


후배들에게 해장국을 배불리 먹이고 학교로 돌아오는 길은 왠지 어깨가 의쓱하고 뿌듯했다.  


----------------------------------------------------------------------------------------------------------------------


세월이 흘러 대학을 졸업하고 대성집을 다시 가본 적은 없었다. 성시경의 먹을 텐데를 보니 갑자기 대성집이 너무 가고 싶었다. 그러나 집에서 너무 먼 대성집을 단지 해장국을 먹으러 가기에는 부담스러웠다. 그때 머리를 스치는 생각


'아 이번주 토요일 노원에서 강연이 있지. 거기서 대성집까지는 30분이면 갈 수 있고'


운명처럼 대성집을 갈 수밖에 없는 일정이 생겼다. 오랜만에 가니 해장국만 먹고 오기에는 아쉽다. 대학 동기들이 대성집의 수육과 육회도 꼭 먹어보라고 추천한다. 근데 그것을 다 먹으려면 양도 양이지만 비용도 부담스럽다. 왜냐하면 대성집은 모두 한우를 쓰는지 가격이 꽤 비쌌다. 이때 떠오르는 후배가 있다. 나와 같이 문제집을 만들고 있는 수학과 후배다. 우리는 출판사에서 받은 계약금 100만 원을 공동 보관하며 나중에 둘이 회식하거나 책이 나오면 주변 지인들께 선물 보낼 때 쓰기로 했다. 후배는 더군다나 노총각에 솔로라 이런 자리는 항상 좋아한다. 


강연이 끝나고 사심 가득한 대성집 회식이 시작됐다. 

우리는 해장국 하나와 모듬 육회를 시켰다. 사실 대학 시절에는 돈이 없어 해장국만 먹어봤지, 육회와 수육은 먹어보지 못했다. 


먼저 해장국을 먹어본다. 맛이 깔끔하다. 대학 때 먹었던 느낌과는 다르다. 내장도 들어있지 않고, 소고기만 들어있다. 약간 맑은 소고기 뭇국을 먹는 느낌이다. 이 맛이 맞는지 의심스러워 후배한테 물어본다.


"OO야. 이 해장국이 우리가 대학 때 먹던 그 맛 맞아? 뭔가 달라진 것 같은데.. 그때는 내장도 많이 들어있고 느끼했던 것 같은데. 국물이 너무 깔끔한데"

"이 맛이 맞아요. 원래 이랬어요"

"아~ 그래?"


해장국은 예전의 내 기억의 맛과는 달랐지만 깔끔하고 좋았다. 특히 조미료가 안 들어간 것 같이 입안이 개운했다. 특이한 것은 밥을 미리 해장국에 말아준다. 그래서 국물만 먹을 수가 없었다. 


성시경과 대학 동기가 강추했던 모듬 수육을 먹어봤다. 먼저 살코기 수육은 한우라 그런지 역시 맛있다. 냄새도 없고 부드럽고 고소하다. 그러나 내장 수육은 호불호가 갈리는 맛이다. 기름이 많아 고소하기는 하지만 내장 특유의 냄새가 있어서 소주를 좋아하는 술꾼들이 선호할 맛이다. 나와 후배는 내장보다는 살코기 수육이 훨씬 낫다는 평가를 했다. 특히 성인병을 걱정해야 하는 우리 나이에 지방이 많은 내장 수육은 그리 추천하기 힘들다.


배가 부른데 육회도 먹어보려고 간단하게 육회 비빔밥을 시켰다. 가격이 1만 7000원인가 한다. 아마 한우라서 비싼 것 같다.



육회 비빔방을 시키면 해장국 국물을 공짜로 준다. 그러므로 해장국을 굳이 시키지 않아도 된다. 앞으로는 육회 비빔밥을 시키고 해장국은 이렇게 국물로 때우리라 생각을 했다. 육회 비밤밥은 한우라 그런지 잡내가 없고 맛있다. 특히 육회에 미리 양념을 해놓았는지 양념간이 되어 있고, 참기름을 많이 넣어 고소하다. 비록 밥이지만 술안주로도 어울린다. 해장국은 약간 싱거운 느낌인  반면, 육회 비빔밥은 육회 자체에 양념이 되어 있어 약간 짠 느낌이다. 


추억의 맛집 대성집은 내가 나이가 많아서 그런지, 아니면 말 그대로 추억이라 그런지 그리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특히 가격이 비싼 편이라 자주 오기는 힘들 것 같다. 그리고 이제는 음식점들마다 어느 정도 맛이 평준화되어 특별히 여기 음식이 더 맛있다는 느낌은 없었다.  


그렇다고 여기 음식이 맛없거나 그렇지는 않다. 나름 개성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먼 곳에서 찾아서 올 정도는 아니었다. 나중에 이 근처 지날 일 있으면 아이들 데리고 한 번은 더 오리라 생각하고 문을 나섰다. 

매거진의 이전글 진정한 부자의 삶을 느끼는 방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