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라이딩에 중독되는가?
왠지 모르겠지만 아주 오래전부터 나는 한강 공원이 가까운 한강변 아파트에 사는 것이 꿈이었다. 한강을 바라보는 조경보다는 도보로 한강 공원에 간다는 것이 좋아 보였다. 집에서 자전거를 타고 한강 공원애 가서 라이딩을 즐기고 맛집을 가는 것이 하나의 꿈이었다. 이것은 거의 10년 전부터 생각했던 나의 미래(암시)였다. 아마 어딘가에 글로 남겼을 수도 있다.
세월이 흐르고 어느새 나는 아주 비싸지 않은 한강변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고, 자전거도 타고 있다. 라이딩을 하며 맛집도 돌아다닌다. 예전에 내가 암시했던 것이 나도 모르게 이루어졌다. 나도 모른다는 표현은 크게 의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강변 아파트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집을 팔고 다자녀 특공을 이용하여 여러 곳을 청약하다가 우연히 당첨된 것이고, 자전거 라이딩은 동기들 모임 공고를 보고 끌리듯 하게 됐다.
상상하고 믿으면 이루어진다는 것은 마치 인간의 뇌에 명령어를 입력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이다. 나의 뇌에는 10년 전부터 어떤 명령어가 입력되었고 그것을 실행하기 위해 계속 움직였던 것이다.
당뇨약까지는 먹지 않지만 혈당이 높아 식단 조절을 하는 나에게 국수 같은 음식은 금기의 대상이다. 그러나 2시간 정도 자전거를 타고 혈당을 내린 다음, 맛집에 들러 국수를 먹는 것은 크게 부담되지 않았다. 국수를 먹고 바로 2시간 정도 자전거를 타고 복귀하기에 혈당 스파크의 위험도 없었고, 실제로 자전거를 탄 후 혈당이 잘 조절되었다. 당활색소도 거의 정상인 수치에 가깝게 떨어졌다. 예전에는 6.4까지 오르던 것이 지금은 5.7이다. 보통 당활 색소 6.5부터 당뇨병으로 진단하고 약을 처방받는다. 반대로 5.6 이하는 정상수치라고 한다.
자전거 라이딩은 혈당이 높은 나에게 탄수화물을 맘껏 걱정 없이 먹게 해주는 통로 역할이었다. 일주일간 식단 조절을 하고, 주말에 라이딩을 하며 즐기는 탄수화물 많은 식단은 그 자체로 만족감을 줬을 것이다.
자전거 라이딩 행위는 자세히 살펴보면 사냥과 매우 닮아 있다. 우리 몸에는 원시시대의 유전자가 남아있다고 한다. 이것이 현대사회에서도 작용하는데 이것을 클루지라고 한다. 예를 들어 현대사회는 음식이 많아 저장할 필요가 없는데도 우리는 클루지에 의해 많이 먹고 잉여 칼로리를 지방으로 저장한다. 그리고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공부 같은 정신노동을 할 때마다 고통을 느끼는 효소를 발생시킨다. 즉, 공부하기 싫은 것은 먹을 것이 부족하던 원시시대부터 에너지를 절약하려고 했던 클루지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자전거 라이딩도 이러한 유전자가 작동하는 것 같다. 솔로 라이딩은 혼자 사냥을 하는 것이고, 그룹 라이딩은 집단 사냥을 하는 것이다. 자전거를 타고 아주 멀리까지 풍경이 좋은 곳을 찾아 떠난다. 아주 장시간의 라이딩으로 힘들어질 때쯤 맛집에 들러 음식을 먹는다. 그리고 도파민이 발생한다. 힘든 고생+음식은 보상체계를 만들어 도파민 중독을 만든다.
이 행위는 사냥과 유사하다. 자연 속에서 먹이를 찾아 나선다. 집단 사냥에서 힘들게 뛰는 것은 그룹 라이딩에서 평속을 올려 극한까지 달리는 것과 유사하다. 그 과정이 끝나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그 행위가 보상받는다. 그리고 도파민이 발생하고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중독을 만든다.
그래서 라이딩이 있는 주말이 다가올수록 설레는 것이다. 마치 도박장으로 갈 때 설레는 것과 비슷하다.
이런 중독을 끊어내려면 보상 체계를 붕괴시키면 된다. 힘들게 사냥했는데 동물을 잡지 못하면 고생만 한 것이 된다. 사냥은 즐거움이 없는 괴로움만 주는 것이 되는 것이다. 힘들게 라이딩을 하고 먹지 않고 돌아온다. 힘든 과정에 대해 어떤 보상도 받지 않는다. 그러면 라이딩은 즐거움이 아닌 고된 노동으로 인식될 수 있다. 이로 인해 라이딩 중독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나는 라이딩 중독으로부터 해방될 생각은 없다. 이러한 보상체계를 유지해서 계속해서 설렘을 가지고 자전거를 탈 예정이다. 최소한 당분간은
그러나 아주 바빠져서 라이딩을 줄여야 한다면 보상체계의 고리를 끊는 작업을 할 것이다.
많은 것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으로 많은 일이나 공부를 해야 한다. 특히 집중력을 가지고 해야 한다. 이러한 것을 만드는데 도파민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반복되는 일상의 삶도 기쁘게 느끼기 위해서는 최대한 도파민이 발생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습관을 통한 루틴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루틴은 적은 에너지로 많은 것을 하도록 만드는 원동력이고 집중하고 몰입할 수 있도록 하는 매개체이다.
그래서 공부를 잘하거나 사업에서 성공하는 사람들은 루틴이 있는 삶을 사는 것이다.
몇 개월의 자전거 라이딩을 하며 많은 도파민을 발생시키는 삶을 살았다. 문제는 도파민이 사라지고 나서는 매우 무기력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일상생활에서 집중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글을 쓰는 직업을 가진 나는 매일매일 글을 써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매일매일 생각하고 성찰하고 스토리를 생각해야 한다. 주변 인물이나 사물 및 자연도 관찰해야 한다. 그러나 도파민은 이것을 방해한다. 차분한 일상이 없으니 사색과 관찰이 사라진다.
이것은 비단 자전거 라이딩뿐만 아니라, 도파민을 발생시키는 익스트림 스포츠, 게임, 도박, 야동, 불륜, 맛집, 여행 등등에서도 발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전거 라이딩은 장점이 매우 많다.
첫째 건강에 도움이 된다. 지방을 없애고 혈당과 혈압을 낮춰준다.
둘째 가족끼리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자녀나 부부끼리 함께 할 수 있는 취미다. 특히, 부부가 함께 하는 취미로 매우 적합하다. 라이딩 이후 맛집과 카페 방문은 하나의 데이트 역할을 하여 부부간의 강제 대화를 만들어준다. 다행히 내 아내는 나보다 라이딩을 더 즐긴다.
셋째 아주 먼 곳까지 내 맘대로 갈 수 있다는 것은 큰 매력이다. 물론 자동차로 갈 수도 있지만 자동차로 가는 길은 풍경이 그리 좋지 못한 경우가 많고 빠른 속도로 달려야 해서 주변을 세심히 관할하기 힘들다. 가장 차이 나는 것은 자전거는 아름다운 풍경이 있으면 아무 곳이나 멈춰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나는 이번 추석에 충남 형님집까지 자전거로 왕복하는 계획도 잠깐 세웠었다. 물론 딸들을 데리고 가야 해서 포기는 했지만
넷째 돈이 적게 든다. 물론 초기 자전거 구입비용과 장비 비용이 꽤 드는 편이다. 그러나 그 이후에는 모임을 나가면 식사만 할 경우는 1~2만 원, 식사와 술까지 먹을 경우 2~3만 원이면 충분하다. 특히, 골프와 비교하면 가성비가 엄청나다, 거기에 건강까지 좋아지는 것은 덤이다.
한강과 경기도 일대는 그럭저럭 돌아다녔다. 라이딩하는 사람들이 한강을 잘 안 가는 이유를 이제 알 것 같다. 사람도 북적이고 똑같은 풍경이 지루하다.
현재 자전거 소모임을 4개나 가입했다. 4개의 모임에는 정말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다.
일단, 그란폰드 대회를 10월에 나가기로 했다. 그 이후에는 차를 타고 강원도까지 가서 투어 하는 코스에 참여할 예정이다. 이번주에는 해바라기 꽃구경 라이딩을 갈 예정이다. 클라임이라고 산을 오르는 프로그램도 있다. 몇 박 며칠간 전국을 종주하는 프로그램도 모집 중이다. 세상은 넓고 자전거를 타는 방법은 다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