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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믿음과 상상 Sep 21. 2023

대학 동기 자전거 라이딩 후기(9월 돈까스 라이딩)

최초로 120킬로 라이딩을 소화하다

대학 동기 자전거 소모임인 '타바'에서 진행하는 정기 라이딩에 참여했다. 참석자는 나 포함 8명이다. 8명 중에는 처음 보는 친구도 있고, 두세 번 본 친구도 있다. 대부분 자전거를 타면서 알게 된 친구들이다. 이번 코스는 다음과 같다.



나는 집이 멀어 출발지인 잠수교 남단까지 지하철을 타고 가려고 했으나, 같은 지역에 사는 민호가 자전거를 타고 가자고 했다. 결과적으로 집에서 반포 출발지까지 35킬로, 한강 왕복 90 킬로 해서 대략 120킬로가 넘는 거리를 라이딩했다. 기존 내 기록은 임진각까지 왕복하는 90킬로였었다. 


새벽 5시경 일어나서 옷을 입고 친구들과 만나기로 한 잠수교 남단으로 출발했다. 대략 35킬로 정도 되는 거리를 1시간 30분 정도 라이딩을 해서 도착했다. 친구들이 하나둘씩 모였고 처음 보는 친구끼리는 인사를 하고 우리는 바로 구리/암사대교 쪽으로 라이딩을 시작했다. 



맨 앞은 민호가 선두를 서며 평속을 유지해 줬고, 맨 뒤는 타바 회장 경훈이 맡았다. 아직 자전거에 서툰 자린이들은 중간에 섰다. 아침도 안 먹고 새벽에 이미 35킬로를 타고 와서 그런지 나는 오전 라이딩을 따라가는 것이 꽤 벅찼다. 그러나 최초로 동기들과 함께 하는 정기 라이딩이라 하루를 다 비웠기 때문에 힘을 내서 따라갔다. 천호대교쯤을 지날 때는 마라톤 행사와 겹쳐서, 자전거 도로에서 마라토너들을 피해 타느라 무척 복잡하고 정신이 없었다. 클릿 슈즈를 신고 처음 타는 라이딩이라 이때 1차 클빠링 사고를 당했다. 이후 구리 암사대교 오르막을 오르는 과정에서 2차 클빠링으로 넘어졌다. 암사대교에서 보는 한강은 아주 멋졌다.



우리는 암사대교를 건너 한강 반대편으로 라이딩을 했다. 대략 11시쯤 돼서 용산에 있는 [돈까스 잔치]라는 음식점에 도착했다. 메뉴와 상관없이 1/n이라 음식을 먹고 싶은데로 시킨 후, 서로 나눠먹었다. 

 이곳의 장점은 메뉴가 다양하다는 것이다. 국수 종류도 다양했고 돈까스도 다양했다. 특히 양이 많은 것이 좋았다. 나는 모듬까스를 시켰지만 재원이가 시킨 잔치국수도 먹고 근수가 시킨 매운 돈까스도 먹었다. 나중에 가족들과 함께와도 좋을 것 같았다. 


점심을 먹고 우리는 잠수교를 건너 다시 강남으로 이동했다. 이날은 걷기 행사가 있어서 잠수교에서는 자전거를 타지 못하고 끌고 가야 했었다. 



잠수대교에는 사람들이 앉아서 쉴 수 있는 편한 방석과 읽을 수 있는 책들이 있었다.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들이 삼삼오오 앉아서 책을 읽고 강바람을 맞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잠수교 남단에서는 모교 방문 행사를 위한 촬영을 해야만 했다. 우리는 1시간 정도 쉬면서 영상과 사진을 찍어야만 했다. 좀 민만한 영상도 있었다.



이후 오전조 친구들이 떠나고 다섯 명만 남아 오후 라이딩을 시작했다. 오후 라이딩 코스는 반포대교에서 북쪽으로 이용하여 행주대교를 건너고 다시 반대편으로 돌아서 오는 코스였다. 오후조 멤버들은 모두 자전거를 잘 타는 경훈, 종훈, 근수, 민호, 나였다. 사실 나는 자린이 5개월 차로 잘 타지는 않지만, 요새 모토가 "미래가 아닌 현재를 살자"여서 참여를 했다. 저녁까지 일요일 하루는 풀로 비워놨다. 언제 동기들과 이런 모임을 가질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오후 라이딩은 오전보다 속도를 높여 평속 30~35 사이로 달렸다. 나는 따라가는 것이 많이 힘들어 행주대교 근처에서 낙오를 하였다. 우리는 행주대교를 건넌 후, 근수 자전거 타이어를 교체하기 위해 행주대교에 즐비한 자전거 샵에 갔다. 근수 자전거 고치는 시간은 한 시간이 넘었다. 그 시간 동안 우리는 이것저것 농담도 하고 예비군들이나 할만한 음담패설도 하면서 시간을 때웠다. 


이때의 기분이 매우 묘했다. 나이 50이 돼서 모두 사회적 지위가 있는 사람들이, 다시 20대로 돌아간 것같이 친구들과 편하게 대화를 한다는 것이 이상했다. 우리는 평소 같으면 어떤 사람을 만나도 하기 힘든 편한 대화들을 했다. 정말 유치한 사춘기 소년이 된 듯한 느낌이었다.  


오늘 하루를 비워놨기 때문에 우리들은 예기치 않은 근수 자전거 수리를 여유 있게 기다릴 수 있었다. 빨리 목적지에 가나 늦게 가나 남은 일정은 뒤풀이 밖에 없었다. 나는 문득 초6인 아들이 떠올랐다. 주말마다 친구들과 놀러 나가는 아들의 기분이 이런 기분이지 않았을까? 


근수 자전거를 고치고 우리는 처음 출발했던 장소로 이동하여 뒤풀이 장소인 잠원 "육갑식당"으로 향했다. 

이번에 깨달은 것인데 주말에 한강은 나들이객이 많아 라이딩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우리는 라이딩을 하며 몇 번의 사고의 위험을 피해야만 했었다. 



육갑식당의 장점은 직원들이 부르기 전에 온다는 것이다. 판도 알아서 갈아주고 밑반찬도 주기적으로 와서 교체해 줬다. 직원을 부르지 않아도 알아서 해주니 뭔가 대접받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는 4명이서 무려 8인분의 고기를 먹었다.



잠시 후, 걷기 소모임 친구들이 와서 우리는 1차를 마무리하고 2차를 걷기 소모임 친구들과 함께 했다. 물론 나는 집이 멀어서 먼저 가야 했다. 


친구들과의 라이딩은 마음이 너무 편하고 좋았다. 눈치 볼 것도 없고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장난도 하고 농담도 하고 너무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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