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믿음과 상상 Jun 16. 2023

그대는 연기자인가? 연출가인가? (수필)

생각이라는 것에 대하여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아주 어렸을 때는 생각이라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나만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은 생각을 안 하는 것 같았다. 나는 생각이라는 것 속에서 아주 큰 세상에 살고 있다고 느꼈다. 


이것은 나만 가지는 능력이라고 생각했다. 생각을 통해 상상을 하고 세상을 넓히는 작업이 신기했고, 그걸로 인해 나는 눈에 보이는 세상이 아닌 훨씬 넓은 세상에 산다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은 나와 같은 능력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나를 위해 창조된 무대에서의 배우와 같다고 생각했고, 나에 대해 반응하는 존재라고 여겼다.


초등학교를 들어가고 다른 사람들도 생각이라는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들도 나와 같이 또 다른 넓은 세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나만 가지는 능력이 아니라는 것을......


그러나 나는 지금도 생각한다. 생각을 통해 나만의 세상을 만들고 창조한다. 꽤 많은 것들이 상상한 대로 이루어졌다. 가끔은 너무 놀라 나쁜 상상은 안 하려고 노력한다. 왜냐하면 나쁜 상상조차도 나쁜 현실로 그대로 재현됐기 때문이다. 


아주 어렸을 때 나만 생각할 수 있다고 여겼을 때, 이 세상은 나만의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이후 남들도 생각을 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여전히 생각을 했고 상상을 했다. 


아주 먼 곳까지 이사를 가서 한 시간 넘게 걸어 학교를 가야 했다. 난 그 긴 통학시간 동안 상상을 했다. 학교 근처에서 친구들과 작별한 후, 먼 하굣길에 상상을 했다. 집은 너무 외져서 주변에 아이들이 없었다. 나는 너무 외로워 또 상상을 했다. 다시 사람들이 많은 곳으로 이사 와서 친구가 생겼지만 자기 전에 또 상상을 했다.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공부하는 것이 힘들어 상상을 했다. 공부하다가 쉴 때, 자기 전에 상상을 했다. 상상은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일이었다. 가끔씩은 상상과 현실이 구분이 안 갈 때도 있지만, 많은 부분이 상상한 대로 이루어져서 현실이 됐다. 


서울대 가는 상상을 했는데, 고려대에 입학했다. 메가스터디에 입사하는 상상을 했는데 공채 1기로 뽑혔다. 벤츠가 너무 사고 싶었는데, 벤츠를 샀다. 아까운 벤츠를 중고로 팔기 싫어 10년을 탔다. 로또에 당첨되면 형에게 벤츠를 주고, 온 가족이 탈 수 있는 큰 차를 사는 상상을 했다. 로또는 당첨되지 않았지만 책이 잘 팔려 그 돈으로 벤츠보다 더 비싼 대형 suv를 샀다. 그리고 형에게 10년 동안 탄 벤츠를 줬다. 


나는 또 다른 상상을 한다.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만든다. 어떤 것이 현실화될지는 모르겠다. 상상한 대로 원하는 곳에 집을 샀다. 앞에는 강이 있고 뒤에는 산이 있다. 나중에 아이들이 크면 노년에 살기에 딱이다. 도보로 걸어서 한강 공원을 가고, 한강 공원에서 캠핑을 하고 자전거를 타고, 산도 도보로 갈 수 있다. 집을 한 채 더 사는 상상을 한다. 너무 맘에 드는 입지를 찾아냈다. 뒤에 산이 엄청 많은 곳이다. 등산다운 등산을 할 수 있다. 이곳을 추가로 한 채 더 사고 싶다. 


해리포터 못지않은 동화를 쓰는 상상을 한다. 전 세계 아이들이 내 글을 읽고 감동하고 울게 하고 싶다.

 

캠핑을 가서 글을 쓰고, 컴퓨터로 업무를 본다. 더 이상 위치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장소에서 일을 할 것이다. 내가 원하는 곳을 가서 일을 하고 돈을 벌 것이다. 


상상한 것을 이루어지게 하는 세상의 비밀은 2가지다. 

하나는 시도하는 것

또 하나는 끝까지 하는 것


대부분은 시도하지 않고, 시도해도 금방 포기한다. 


나는 오늘도 상상한다. 둘째 딸과 멋진 도서관을 만들리라.

몇 층이 되는 문화 공간에

조용히 책을 보는 공간

커피를 마시고 얘기하면서 책을 보는 공간

중앙 무대에 피아노가 있고, 한 시간마다 어린이들이 자유롭게 10분 동안 피아노를 연주한다. 아이들은 책을 읽다가 자신의 피아노 솜씨를 뽐낸다. 유리로 둘러싸인 공간에는 작가와 독자들이 서로 만나 대화를 나눈다. 


읽고 싶은 책들이 다 있고, 없는 책들은 e북으로 아이들이 소파에 편히 앉아 편하게 태블릿 pc로 본다.


대형 전기차에 아들과 차박 캠핑을 간다. 강아지도 데려간다. 사람이 없는 곳으로 가니 강아지 목줄이 필요 없다. 오지에서 캠핑을 한다. 전기차의 전기로 여러 가지 편의 시설을 이용한다. 캠핑은 한 달 동안 이어진다. 우리는 아주 더러울 때만, 찜질방을 가서 씻고 피로를 푼다. 


나는 또 생각을 한다. 시나리오를 계속 만든다. 앞으로 어떤 것이 펼쳐질지 궁금하다. 다양하게 만들어 놓은 시나리오 속에서 어떤 것이 현실화될 것인가? 

매거진의 이전글 장군 갈비의 추억(수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