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라는 폭탄
영국의 트러스(Truss) 총리가 임기 45일 만에 사임을 표했습니다. 트러스 총리의 사임은 자신이 발표한 450억 파운드(73조 원) 규모의 감세안과 그에 따른 파운드화의 폭락에 대해 책임을 진 결과이겠지요. 영국이 이지경에 이르게 된 것은 여느 나라와 같이 펜데믹과 물가가 어느 정도 역할을 했겠지만 타 유럽 국가와 분명하게 다른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브렉시트(Brexit) 이죠.
근래 영국에서는 브렉시트라는 단어를 꺼내는 것조차 두려워하거나 거북해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아직도 영국인들은 브렉시트로 인해 심하게 분열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큰 위기를 맞고 있는 영국이 브렉시트를 제대로 다루지 않고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번 주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Financial Time)에서 방송한 '브렉시트의 효과들(Brexit effects)'를 들여다보면 어떻게 영국이 현재에 이르게 되었는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마치 같은 가족처럼 지냈던 유럽 국가들과 브렉시트로 인해 영국은 완전 남이 되어 버렸습니다. 모든 것이 단일 국가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 같이 간소화되었던 프로세스들이 분리로 인해 사라져 버렸습니다. 보이지 않는 장벽은 큰 부담이 되어 특히 영국의 저소득층, 소상인들과 중소기업들을 덮쳤습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영국에서 유럽으로 수출이 힘들기 때문에 아예 본사를 유럽으로 옮긴다는 회사들도 나오고 있습니다. 탈영국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죠.
영국이 EU 안에 있었다면 당연히 트러스 총리의 감세정책이 발표될 수 없었고 발표를 했을지언정 이런 직격탄을 받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과거에는 EU가 충격을 완화해줄 수 있었겠지만 이제 더 이상 영국을 막아줄 방패가 없어졌습니다.
영국은 현재뿐 아니라 미래도 불투명해졌습니다. 국가의 미래를 이끄는 과학기술에 대한 지원도 과거와 커다란 차이가 생겼습니다. 규모가 1000억 유로(140조 원)에 달하는 유럽의 주요 과학기술 프로그램인 호라이즌 유럽(Horizon Europe)에서 영국이 쫓겨난 거지요. 영국의 대학들과 연구기관들에는 커다란 타격기 때문에 현재 영국과 EU 사이에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고 합니다.
트러스 총리의 후임이 누가 될지 모르겠지만 해결할 과제가 너무도 커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