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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작교 위의 마음

by 민수석


7월 7일, 마음이 몽글해지는 하루입니다.

음력으로는 칠석, 견우와 직녀가 오작교를 건너 만나는 날이죠.

하지만 이상하게도, 양력 7월 7일이 되면 문득 그들의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오늘이 바로 그날인 것처럼요.


일 년에 한 번, 단 하루.

그들을 다시 이어주는 시간.

그 하루를 기다리며 살아간다는 건 어떤 마음일까요?


그 하루를 위해 견디는 걸까요?

아니면, 그 하루조차도 긴 일상 속에 스며드는 걸까요?


서로를 향한 절대적인 믿음이 없다면

애초에 불가능했을 만남.

생각해보면, 그들이 믿었던 것은 사랑뿐만이 아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들은 아마도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명확히 구분하며 살았을 겁니다.


일 년에 하루, 만날 수 있는 것.

그 외의 시간, 만나지 못하는 것.

그 두 가지를 받아들이며

주어진 시간에 충실했기에

불안하지도, 불행하지도 않았을지도 모르죠.


그래서일까요.

견우와 직녀는 어쩌면

이 유명한 기도문을 실천한 삶을 살았던 건 아닐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듭니다.


“하느님,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은 바꿀 수 있는 용기를,

바꿀 수 없는 것은 받아들이는 평온함을,

그리고 이 둘을 구분할 수 있는 지혜를 주소서.”


오늘 하루,

오작교 위에서 마주 선 두 사람을 떠올리며

우리도 묻습니다.


‘나는 지금,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에 집중하고 있는가?’

‘그리고, 바꿀 수 없는 것엔 평온하게 머물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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