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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무기는 이미 내 손안에 있다

by 민수석


“나한테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다른 사람한테는 특별한 것,

그것이 바로 내 무기다.

남의 떡이 커 보이는 건 착각이다.

진짜 싸워야 할 무기는 이미 내 손안에 있다.”


주언규 작가님의 책 《혹시, 돈 얘기해도 될까요?》에 나오는 문장이다.

짧은 문장이었지만, 나에게는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곰곰이 생각해봤다.

나는 지금까지 내 무기를 어디에서 찾고 있었을까.

정작 중요한 것은 이미 내 손안에 있는데, 나는 늘 다른 곳에서만 답을 찾으려 했던 건 아닐까.


돌아보면, 나는 많은 경험을 했다.

2년 사이 두 번의 정리해고, 수십 번의 이력서와 면접,

국내 대기업 두 곳에서의 10년, 글로벌 기업 세 곳에서의 또 다른 10년.

어떤 회사에서는 입사 3주 만에 퇴사를 결정해야 했고,

그 이후 긴 슬럼프 속에서 나를 지키기 위한 버티기도 있었다.


휴직 후 1년간의 방황,

여행처럼 살고 싶다는 마음으로 떠났던 날들,

그 모든 시간들이 쌓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그런데도 나는 늘 ‘이곳 말고 다른 곳’에서 나만의 강점을 찾으려 했다.

남의 떡이 더 커 보였고, 누군가의 특별함이 더 빛나 보였다.


주언규 작가는 말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강점을 모른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석유를, 브라질은 커피를, 인도는 인구를 가졌지만,

정작 그들은 그것이 얼마나 귀한지 모른다.”


강점이란, 결국 나에게는 너무 익숙해서 소중함을 잊고 있는 어떤 것이다.

서울대에서 1등 하는 게 별일 아닌 것처럼,

변호사들 사이에서 자격증의 무게가 가벼워지는 것처럼 말이다.


이제는 안다.

내가 가진 경험이 곧 무기라는 걸.

내가 겪은 길이, 내 이야기의 힘이라는 걸.


남의 떡을 부러워하며

정작 내 무기를 잊고 있지는 않았는지,

지금 다시 스스로에게 묻는다.


내가 가진 걸 믿어도 괜찮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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