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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도 결국 감정입니다.

by 민수석

‘어떤 일에 열렬한 애정을 가지고 열중하는 마음.’


사전은 열정을 그렇게 정의합니다.

‘더울 열(熱)’과 ‘뜻 정(情)’이 합쳐진 단어,

뜨거운 마음이라는 뜻이지요.


그런데 마음이 늘 뜨거울 수 있을까요?

사랑도 매번 불타오를 수 없듯,

열정 또한 언제나 활활 타는 것은 아닐 겁니다.


사람들은 저를 두고 종종 “열정적이다”라고 말합니다.

어떤 일에 몰두하면 다른 것들은 보이지 않을 만큼

온 마음을 기울였으니까요.

하지만 그건, 그 순간만의 모습일 뿐이었습니다.

사실 제 안의 열정은 늘 일정하지 않았습니다.


감정에 파도가 있듯,

열정도 밀려왔다가 물러가곤 합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자주 남의 불꽃과 비교하며

스스로의 불을 꺼뜨려버리곤 하지요.

저 역시 그렇게 기죽고 지쳐,

몇 번이고 멈춰 선 적이 있습니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습니다.

다른 이들도 열정을 ‘계속 불태운’ 것이 아니라,

그저 꺼지지 않게 잘 달래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지켜온 것이겠구나 하고요.


열정을 오래 이어가기 위해,

저는 작은 습관들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처음 수영을 배웠을 때,

머릿속에는 이미 접영을 멋지게 해내는 제 모습이 그려졌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물에 뜨는 것조차 쉽지 않았지요.

불가능한 꿈을 꾸는 대신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걸음부터 내딛어야 한다는 걸

그때 배웠습니다.


러닝을 시작했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막연히 “언젠가 마라톤”을 외치기보다는

‘10km 완주’라는 단기 목표가 필요했습니다.

그 작은 약속이야말로

다시 운동화를 묶게 만드는 힘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혼자가 힘들다면,

함께 달릴 동료를 찾는 것도 방법입니다.

순수하게 응원해주고, 응원받을 수 있는 사이.

그 안에서 느끼는 소속감은

혼자의 열정보다 오래 타오르는 불이 되어줍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단순함입니다.

결심을 실천으로 옮기기까지 거리가 멀다면

우리의 뇌는 끊임없이 핑계를 만들어냅니다.

그래서 누군가는 운동복을 입은 채 잠들고,

또 누군가는 알람을 끄기 전에 이미 밖으로 나섭니다.

작은 장치들이 열정의 불씨를 지켜내는 것이지요.


돌아보면,

열정은 결코 ‘끝없이 타오르는 불’이 아니었습니다.

꺼질 듯 흔들리다가도,

작은 바람에 다시 살아나는 불꽃.

그 연약한 불씨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한순간에 사라지기도, 오래도록 빛나기도 합니다.


열정도 결국 감정입니다.

그러니 그것을 억지로 불태우려 애쓰기보다,

내 마음을 천천히 살피며

꺼지지 않게 돌보는 일이 필요합니다.


오늘도 제 안의 작은 불꽃이 흔들립니다.

하지만 그 불꽃을 지켜낼 수 있다면,

내일도, 그다음 날도,

나는 여전히 무언가를 향해 뜨겁게 살아갈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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